27일 카페에는 젊은 청년 두 명이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황선회(29)·김보혜(26) 청년은 “카페를 운영하며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면서 “손님 한 명 한 명이 너무 귀하고 감사하다. 어떻게든 맛있게 음료를 만들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웃었다.
카페 시선은 지난 18일 문을 열었다. 창일교회 청년부 50여명이 함께 힘을 모은 역작이다. 청년들은 카페가 탄생하게 된 계기도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고백했다. 지난해부터 청년부 안에 있는 러시아선교회는 러시아에 교회를 세우기 위한 헌금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 등으로 해외 선교가 어렵게 됐고, 모인 헌금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끝에 국내 선교를 위해 흘려보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반석 청년부 담당 목사는 “당시 청년부가 사도행전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다. 사도 바울이 아시아 선교가 막히자 마게도냐로 방향을 바꾼 것을 보면서 우리도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있는 곳을 우리가 가야 할 선교지로 보고, 복음을 전하는 카페를 만들어 보자고 결론을 냈다. 선교회 이름을 ‘요셉의 창고’로 바꿔 지난 8월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침 교회 바로 앞 상가에 카페로 적합한 장소가 매물로 나왔다. 세무사로 일하는 지윤정 청년의 도움을 받아 계약 및 가게 등록을 진행했다.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노예은 청년은 카페 로고를 만들고 내부를 꾸몄다. 이밖에도 청년들은 인테리어 업체를 비교해가며 가장 좋은 곳을 선정했고, 발품을 팔아 여러 커피를 마셔보며 가장 적합한 메뉴도 선정했다. 이 모든 일은 전부 자원봉사로 진행됐다.
청년들이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해볼 수 있었던 것은 교회 어른들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교회는 ‘판’만 깔아주었을 뿐, 이들이 자유롭게 사역을 구상하도록 전적으로 맡겼다. 대신 격려와 응원은 아끼지 않았다.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의 카페 이름을 짓는 일이나, 일손이 모자랄 때 가게를 봐주는 일 등에 교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았다. 공모를 통해 지은 카페 이름은 영어로 ‘seasun’으로, ‘바다와 같이 깊고 태양처럼 따뜻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사무엘 목사는 “마음껏 꿈을 꿔야 할 청년들이 꿈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에 교회는 이들을 지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하는 모습을 겉에서 봤을 때는 안정감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끝까지 품어주셨듯이 교회가 이들을 위한 영적 디딤돌이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은 카페 수익금을 지역 소외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청년부 헌금을 합해 보육원 아동들을 도울 예정이다. 박상모(27) 청년은 “요셉의 창고 첫 사역인 카페가 추후 제과점이나 꽃집 등 다양한 업종으로 발전해,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지역 곳곳에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