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크게 줄어들었던 취업자수가 위기 이전인 지난해 2월의 99.98%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수치 상의 성과와 달리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중숙련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서 탈락하고 저숙련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는 등 일자리 수준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온 일자리 양극화가 언제 끝날 지도 모를 코로나 사태로 고착화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코로나, 노동생산성 향상에 기여?
27일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에 실린 ‘코로나19 이후 고용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고용충격 및 회복경로가 일자리 특성에 따라 차별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대면접촉정도와 재택 가능여부, 자동화 대체 등에 따른 고용의 재조정 현상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비대면 접촉 일자리 취업률은 102.7%로 펜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선 반면 대면접촉 취업률은 98.5%로 위기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의 경우 비대면 서비스업인 운수창고, 정보통신 등의 취업자수가 각각 9.9%, 6.8% 증가한 반면 대면서비스업은 숙박·음식과 도·소매가 11.5%, 7.9% 감소하는 등 취업자 수가 큰 폭 줄었다.
보건복지, 공공행정 취업자수는 각각 15.5%, 9.2% 늘어나는 등 의료수요 확대, 정부의 고용정책 지원 등으로 큰 폭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제조업의 경우 주요 수출품목(반도체, 자동차 등)의 견조한 해외수요가 이어졌으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 팬데믹 이전부터 이어진 추세적 감소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수가 2.5% 감소했다.
특히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산업간 고용재조정이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제조업 취업자수 비중이 23.7%에서 2010년대 17.0%로 감소하는 등 이른바 ‘경제의 서비스화’에 기반한 고용재조정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노동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 팬데믹 기간에는 노동생산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 심화되는 일자리 양극화
문제는 기업들이 자동화로 대체하기가 비교적 쉽고, 비용 절감의 편익이 커지는 이같은 노동생산성 증대 현상이 주로 중숙련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저숙련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판매, 기능원, 조립원 등 중숙련 일자리의 감소 폭은 2014∼2019년 연평균 0.22%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2021년 0.63%로 커졌다.
중숙련 일자리의 경우 대면접촉도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팬데믹 기간 중 이처럼 감소폭이 크게 증가한 것은 재택근무가 여의치않은 데다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자동화 대체가 용이하고 비용절감의 편익이 큰 이들 중숙련 종사자를 중심으로 고용을 조정한 데 기인한다. 재택근무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재택가능 지수’는 중숙련 일자리의 경우 0.22로 고숙련 일자리(0.62)보다 크게 낮았다.
중숙련 일자리 감소를 산업내 산업간 효과로 분석해봐도 코로나19 이후 0.02%포인트에서 0.41%포인트로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앞으로도 감염병 리스크 완화, 노동비용 절감을 위한 자동화 대체, 비대면 생활방식 등이 지속되면서 반복업무 강도가 다른 일자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중숙련 일자리는 고용조정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지난 9월 말 기준 고숙련 및 저숙련 일자리는 2019년 4분기 대비 각각 0.5%, 3.9% 늘며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저숙련 일자리의 경우 비대면 서비스 확대로 택배원, 배달원 등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경기침체기에 저숙련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것은 팬데믹 경기침체기에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사람을 로봇 등이 대신하는 이른바 자동화대체에 따른 노동생산성 확대 효과를 거부할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코로나사태 장기화는 결국 노동시장에서 구직자를 점점 더 궁지로 몰 수밖에 없다. 팬데믹으로 인해 노동공급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기업의 자동화 투자 유인이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요가 줄면서 중숙련 업종 종사자의 임금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평균 4.3% 줄어, 고숙련(-2.3%), 저숙련(-3.5%) 종사자보다 더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반면 20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2.2%)이 2017~19년(11.5%)에 비해 큰 폭 줄어들었음에도 저숙련 일자리는 중숙련 일자리에 비해 임금상승률 감소폭이 크지 않다.
한은 조사국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근로조건의 변화와 자동화 확산 등은 앞으로도 기업의 노동수요와 가계의 노동공급 행태에 지속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줄일 수 있도록 취업교육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