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에 은퇴한 원로 목회자, 다시 교회 부흥을 일구다

입력 2021-12-28 03:08
최병남 세종 샘솟는교회 목사가 사모 이은희 전도사와 27일 세종시 달빛로 교회 앞에서 은퇴 이후의 개척 사역을 설명하고 있다. 세종=강민석 선임기자

70세에 은퇴하고 교회를 개척한 원로목사가 있다. 노(老) 목사는 교회 개척 4년 만에 100억원을 들여 현대식 예배당까지 세웠다. 세종 샘솟는교회 최병남(79) 설교목사 이야기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을 지낸 최 목사가 대전중앙교회에서 은퇴한 것은 꼭 9년 전이다. 그는 2012년 12월 25일 원로목사 추대 예배를 끝으로 딸이 지내는 충북 청주로 이사했다. 하지만 은퇴 목사의 삶은 생각과 달랐다.

최 목사는 “40년 넘게 목회 현장에서 쉼 없이 뛰다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내려놨다. 며칠 쉬는데, 세상에 그런 감옥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래서 2014년 1월 주변 성도 세 가정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세종에 교회를 개척한 것은 사모 이은희(73) 전도사의 영향이 컸다. 그는 “평생 기도로 내조했던 아내가 어느 날 ‘세종에 샘솟는교회를 개척하라’는 하나님의 분명한 응답을 받았다”면서 “결국 하나님의 강권적 부르심에 순종했고, 그해 4월 세종의 지인이 운영하는 정형외과 로비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 전도사는 “대전중앙교회 목회 시절 새가족부를 맡았는데, 한 영혼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하며 말씀을 전했더니 삶이 바뀌는 역사가 나타났다”면서 “방언이 터지고 무당이 예수를 믿는 역사를 목격하면서 ‘은퇴 후 꼭 교회를 개척해야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웃었다.

부부는 팀사역을 했다. 주일 오전 예배는 최 목사가 설교하고 오후 예배는 이 전도사가 성령 기도회로 인도했다. 말씀과 기도의 능력이 있다는 소문이 금세 퍼지자 병원 로비가 꽉 찼다. 태권도장을 빌려 의자 50개를 놓고 예배드리다가 2015년 1월 231㎡(70평) 상가를 빌렸다. 그때부터 성도가 폭발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최 목사는 “교회에 지치고 곤한 영혼들이 몰려드는데, 이건 정말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말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면서 “하나님이 주신 꿈을 품고 75세 때 1973㎡(597평) 종교부지를 매입해 건축을 시작했다”고 했다.

세종은 신도시 특성상 이동 신자이거나 새신자가 다수다. 출석 성도의 80%는 교회 건축 경험이 전혀 없는 30·40대이고, 10%는 노년층이었다. 그런데도 2018년 12월 주변 도움 없이 교회 공사를 마무리하고 입당했다. 50년 넘게 목회 현장에서 쌓은 말씀의 깊이, 새벽 3시부터 강단을 눈물로 적셨던 6시간 무릎 기도의 영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도시 특성상 소속감이 부족한 성도들을 위해 전교인 수련회와 부흥회, 말씀 양육 기도회를 개최했다. 영적 가족공동체로 신앙의 세대 계승과 유대감을 강화했던 전략은 주효했다.

최 목사 부부는 매주 성도 부부를 일대일로 불러 새벽기도와 큐티, 가정예배를 체크한다. 신앙상담을 한 뒤 간절히 기도해준다. 2년간 최 목사 부부와 인격적인 만남을 가진 성도들은 샘터지기(셀 리더)가 되어 아버지 어머니처럼 따른다. 그들은 다시 400여명의 샘터원(셀 구성원)을 돌보는 리더가 됐다. 선순환 구조, 수평적 사역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최 목사는 “지금 세종에서 하는 목회는 과거 전통적 교회를 담임하면서 꿈꿨던 사도행전적 목회”라면서 “54년 목회에서 지금이 가장 신나고 행복하다. 아플 겨를도 없다”고 웃었다.

교회는 21개 샘터(셀)가 운영된다. 50여명의 샘터지기는 예배 1시간 전부터 한국교회와 세종 지역 복음화, 세계선교를 위해 부르짖으며 기도한다. 젊은층과 어린이가 많다 보니 1000절 말씀 암송, 가족 말씀 암송, 어린이 QT 등 다음세대 교육에 주력한다.

최 목사는 “교회의 문제는 목사의 문제다.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하지 않은 상태에서 목회하면 영적 고갈이 오고 교회 분열이 생기기 마련”이라면서 “코로나19로 영적 우울증이 깊어졌다. 기도와 말씀의 본질로 돌아가 메마른 영혼을 보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전도사도 “요즘 젊은 목회자들은 ‘교회 개척의 시대는 끝났다’며 겁을 먹고 시도조차 않던데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용기를 갖고 가정집에서 한두 명이라도 정성껏 돌보며 교회 개척에 나서 달라”고 부탁했다.

최 목사는 아내와 매일 2시간 이상 등산과 아령 운동을 한다. 그는 은퇴 목회자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 목사는 “세상에서 말씀을 전하고 영혼을 돌보는 일만큼 고귀한 일도 없다. 한번 목사는 영원한 목사”라면서 “은퇴 목사는 평생 쌓은 기도, 말씀, 심방 노하우가 있다. 크게 욕심부리지 말고 주변의 상처 받은 영혼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은퇴 이후 사역을 하고 싶다면 영혼을 위해선 기도를, 육체를 위해선 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한다”면서 “특히 행복한 부부 관계는 인생 후반전 목회에서 최우선 순위”라고 조언했다.

세종=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