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된다. 어제 과제를 해결했던 공식이 오늘 주어진 숙제를 푸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 과거 세대에 통용되던 기준이 미래 세대에도 고스란히 수용될 수는 없다. 지난날에 경험했던 지침을 던지면 ‘꼰대’라는 오늘날의 일침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표준은 고리타분한 고전이 되고, 경험은 쓸데없는 고집이 된다. 환경은 변화했고,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앱노멀(abnormal) 즉 ‘이상한 것’이 아니라 뉴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뉴노멀 경제를 마주하고 있다. 필자가 ‘위드 코로나 2022년 경제전망’을 통해 2022년을 ‘회귀점(Point of Turning Back)’으로 표현했듯 세계 그리고 한국경제는 규모나 총량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다만 경제 주체에게 놓여 있는 경제 구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표준을 수용할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에서 속도의 경제(Economy of Speed)로의 전환이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단위당 생산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의 원리는 그동안 기업 경영의 근간이 됐을 것이다. 품질 차이가 없었던 시절 상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되기 위한 거의 유일한 조건이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저렴하게만 만들면 시장에서 성공했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 이런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자본을 압도하고, 기술이 노동력을 능가하는 시대다. 미래산업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는 육체적 힘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에 달려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 기회를 탐색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모든 걸 갖게 되는 시대인 것이다.
둘째,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다. 즉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2000년대 디지털 플랫폼이 범용화되기 시작했고, 2010년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됐고, 2020년대엔 메타버스와 NFT(Non-Fungible Token)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비대면 서비스가 대면 서비스를 압도하는 언택트 시대다. 데이터가 석유보다 더 중요한 자원이 되는 데이터 경제다.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사라지는 가상 경제가 온다.
셋째,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즉 에너지 대전환이 가속화한다. 고래기름에 의존하던 사회에서 석유를 발견한 일은 고래를 구원한 ‘친환경적’ 전환이었다. 지금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막을 재생에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친환경적 전환이 됐다. 기후변화는 가장 중대한 위협 요인으로 경고하고 있는 동시에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 기회로 주목하고 있다. 국제기구를 비롯한 각국 정부는 환경 정책에 관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고, 기업들은 신산업 선점을 위해 경주하고 있으며, 가계의 환경의식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
뉴노멀에 대응하라. 첫째, 우물 밖을 보아야 한다. 규모의 경제에서는 얼마만큼 투입할 것인가가 중요했다. 속도의 경제 시대에는 ‘방향’이 중요하다. 우물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우물 밖이 어떻게 변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디지털 경제하에 산업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경제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미래형 인재로 성장해야 한다. 셋째, 친환경적 대응을 비용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 국내외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의 환경의식 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친환경 산업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