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남에게 베풀 줄 아는 호탕한 남자” 연애시절·유산까지 언급… 감성에 호소

입력 2021-12-27 04:06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는 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 브리핑룸에 들어섰다. 검은색 정장에 검정 스카프 차림을 한 김씨는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연단에 올라섰다. 어깨까지 오던 긴 생머리를 중간 단발 길이로 자른 모습이었다.

김씨는 마스크를 벗고 6분 15초 동안 A4 용지 3장 분량의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은 듯 시선을 줄곧 아래로 떨궜다. 김씨는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윤석열의 아내 김건희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윤 후보와의 연애시절을 회고하는 것으로 사과문을 시작했다. 이어 유산 경험까지 털어놓으며 감성에 호소했다.

그녀는 “남편과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만 알았다”며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녔고, 자신감이 넘치고 호탕했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며 “예쁜 아이를 얻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며 울먹였다.

여러 차례 목이 메었던 김씨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김씨는 ‘조용한 내조’ 기조에 따라 후보 부인으로서의 대외 활동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과문은 김씨가 직접 작성해 윤 후보가 한 차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기자회견 전에 사과문을 미리 읽으며, 리허설 아닌 리허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문에는 ‘남편’이 13회, ‘죄송’과 ‘송구’가 6번, ‘잘못’과 ‘불찰’이 5번 등장했다. 김씨가 남편 윤 후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애를 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김씨는 사과문 낭독을 마친 뒤 내려와서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휴지로 코를 훔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혹평을 쏟아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김씨는) 사과가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번 기자회견은) 개사과 시즌2”라고 비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