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 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데스몬드 투투 명예 대주교가 26일(현지시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남아공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투투 대주교의 선종 소식을 알렸다. 대통령실은 “남아공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투투 대주교는 교계는 물론, 비종교적 분야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인권 옹호자였다”며 “공동체 정신, 화해, 용서의 깊은 의미를 감동적으로 보여준 삶을 살았다”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투투 대주교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 민주화와 흑인 자유 투쟁의 양대 지도자로 여겨진다. 반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으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에도 ‘용서 없이 미래 없다’는 구호를 앞세워 진실·화해위원회를 구성해 인종 간 화해를 일궜다고 평가 받는다.
1931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인근 빈민촌에서 태어난 투투 대주교는 1950년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이후 대학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남아공에서 당시 몇 명 되지 않은 고등교육을 받은 흑인이었다.
1954년 교편을 잡았지만 이듬해 남아공 백인 정부의 인종차별적인 교육 정책에 반대하며 사직했다. 1958년 세인트 피터스 신학대에 입학해 성직자의 길을 걷게 된 투투 대주교는 1962년 영국 런던으로 떠난 후 1966년 런던의 킹스 칼리지에서 신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5년 남아공으로 돌아와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요하네스버그 대성당의 주임 사제가 됐다. 1986년엔 케이프타운 대주교로 선출됐다.
그는 1978년부터 1985년까지 남아프리카 교회 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며 본격적으로 흑인차별 반대 운동에 뛰어들었다. 만델라가 최초 흑인 대통령이 됐을 때 남아공에 ‘무지개 국가’라는 별칭을 붙인 이도 그였다. 무지개 국가는 다양성 속의 통일을 뜻한다.
넬슨 만델라 재단은 성명을 내고 “투투 대주교는 특별한 사람이고, 사상가이자 목자이자 지도자”라며 “남아공과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그의 삶은 축복이었다”고 추모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