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결정과 관련해 청와대가 대선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사면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사면이 결과적으로 내년 대선의 돌발 변수로 부상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청와대 참모들과 공무원을 향해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당부하며 선거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두 달 반 앞두고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택을 하면서 정치 중립 기조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일부 정치권의 주장일 뿐 근거가 없다”며 “논란이나 반발이 예상된다고 청와대가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국민통합 실현을 위해 사면을 단행했을 뿐, 야권이 주장하는 야당 갈라치기나 보수진영 분열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당청 간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이 사면을 직접 결단했고, 민정라인을 제외한 참모들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정무적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면이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시민단체에서 사면을 철회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릴 만큼 비판이 심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가 선거를 신경 썼다면 사면을 단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항변에도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이 사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삼정부에서 단행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복권은 대선 이후 이뤄졌다.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로 사면 시점을 내년 대선 이후에서 올 연말로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2019년부터 어깨와 허리 치료를 계속 받아왔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박도 있다.
청와대가 정치중립 기조를 보다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선거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선 청와대가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