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열린민주와 합당 합의… 내부선 “중도 확장에 악영향”

입력 2021-12-27 04:04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당대당’ 통합 합의문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양당은 전 당원 투표 등 내부 절차를 거쳐 1월 둘째주까지 합당을 완료할 예정이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26일 ‘당대당’ 합당을 선언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 대통합’이 이뤄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집중하고 있는 ‘중도 확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한 뒤 “내년 대통령 선거 승리와 정치·사회 대개혁을 이루기 위한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통합 합의문을 발표했다.

양당은 ‘검찰 수사권 폐지’ ‘포털의 뉴스 편집·배열 금지’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등 사회개혁 의제 법제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권 폐지’ 등은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도 반감을 가지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당은 또 정치개혁 의제로 ‘비례 국회의원 등 열린공천제’ ‘국회의원 3선 초과 제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도 합당과 함께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양당은 위원 동수로 구성된 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열린민주당이 내걸었던 소중한 가치와 정치사회 개혁 의제에 대한 요구를 민주당이 긍정적으로 수용해준 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열린민주당과 힘을 합쳐 여러 가지 혁신 과제를 토의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양당은 전 당원 투표 등 내부 절차를 거쳐 1월 둘째주까지 합당을 완료할 예정이다. 합당이 완료되면 민주당의 전체 의석수는 169석에서 172석으로 늘어난다.

민주당이 열린민주당과의 ‘연내 합당’에 속도를 낸 것은 ‘제3지대’를 규합해 대선 전 민주 진영을 최대한 끌어모으겠다는 구상 때문이다. 집토끼 결집을 통해 승기를 잡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열린민주당과 빠르게 합당해야 국민의당(안철수), 정의당(심상정), 새로운물결(김동연) 등 제3지대 후보들과의 연대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열린민주당 세력이 동참하면서 검찰개혁 등 급진적 개혁 과제에 대해 이 후보가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오히려 이 후보의 중도층 확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도 여전하다.

한 중진 의원은 “합당은 이 후보의 중도 외연 확장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퇴행적 이벤트”라며 “명분도 없고, 본질도 보지 못하는 이합집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선대위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권 폐지’ 등 합당 조건이 사실상 ‘선언적 의미’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와 최 대표가 평소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이룬 사항이긴 하지만 대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함께 추진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이해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안규영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