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내부 갈등, 尹 후보가 진짜 중심되면 쉽게 풀린다”

입력 2021-12-27 04:03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은 내부 갈등 등 ‘윤석열 선대위’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법으로 ‘후보 중심성’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가 진짜 중심이고, 다른 사람들은 다 그림자가 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가 더욱 (유권자들의) 눈에 띄어야 한다”면서 “결국 대선은 후보를 보고 찍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가 주창했던 선대위 쇄신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선대위에서 지금 일하는 사람들을 나가라고 할 경우 그 사람들이 그냥 나가겠느냐”면서 “대선이 이제 두 달 반 남았는데, 남은 기간 동안 내부 권력투쟁을 하다가 선거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 위원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됐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 갈라치기 의도라는 주장도 있는데.

“우선, 개인적으로 저는 그분(박 전 대통령)한테 총리 지명을 받았던 사람이니까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의 주변이나 선거하는 (여권) 사람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밖으로 내보낼 경우 야권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을 것이다.

그다음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복권시키고,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풀어주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1월 29일 국민의힘 선대위 첫 공식회의에 참석한 이후 선대위 활동이 거의 한 달 됐는데.

“솔직히 제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2년 대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러 보지 않았나. 그때의 경험으로 선대위가 어떤 모습일 것이라는 내 나름의 생각이 있었는데, 그 생각에서 별로 어긋나지 않았다. 다만 통상적인 선대위에 비해 조금 더 혼란스러운 측면은 있는 것 같다.”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는 등 내부 갈등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선대위라는 조직은 들어오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규모가 넉넉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잡음이 덜하다. 들어오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선대위가 너무 작으면 자리를 놓고 권력 투쟁이 일어난다.

하지만 선대위가 혼란스러운 데가 있어도 후보 중심성만 있으면 잘 굴러간다. 그러나 국민의힘 선대위는 후보 중심성이 약하다. 이 대표도 당대표로서 역할을 하려고 했고, 당연히 할 말은 해야겠지만 후보 중심성에서는 조금 어긋나 있었다.”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논란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선거는 후보의 핵심 측근들이 치르는 것이다. 그걸 존중하면 끝나는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민주당 안에 있었지만 비주류이다 보니까 당 장악이 안 됐다. 그래서 자기 측근들, 당시 30대였던 이광재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런 사람들을 전진배치시켜서 그 중심을 잡아갔다. 지금 말하면 이들은 ‘노핵관’이다.

윤핵관 문제는 상당한 오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제안이나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윤핵관으로 책임을 돌린다. 하지만 여기(국민의힘 선대위)는 밖에서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후보를 흔드는 사람이 없다. (윤핵관으로 지목된) 장제원 의원만 해도 지금 억울할 것이다. 내가 후보 일정을 대충 아는데, 장 의원과는 최근 접촉이 없다. 윤핵관 논란을 정리하는 길은 결국 서로를 신뢰하는 길밖에 없다.”

-윤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 논란에 대해서는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선 우리(선대위)가 함부로 이야기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나는 갖고 있다. 자녀도 아니고 배우자다. 인격적 독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부인 문제는) 후보와 배우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어마어마한 역사적인 짐을 지고 있다. 이 (부인) 문제에 후보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래서 선대위가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후보에게) 말하는 게 맞느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부동산 세제 등에 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입장 전환에 대해 유연성·실용주의라는 긍정 평가도 있고, 말바꾸기라는 비판도 있다.

“유연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감추는 것이라고 본다. 표를 의식해서 이 후보가 ‘로리스크, 로리턴(저위험 저수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굳이 말하면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완전히 반대되는 두 가지를 동시에 끄집어내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유연성의 문제가 아니고, 거짓말이고 진실성이 없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TV토론이 시작되면 윤 후보가 밀릴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쪽(이 후보)이 워낙 말도 잘한다. 그런데 TV토론에선 진실된 사람이 이긴다.”

-벌써 두 명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장동 의혹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이 의혹들을 다 파헤칠 것이다. 대장동 의혹의 본질은 지방정부가 뛰어들면서 완전히 땅 짚고 헤엄치는 구조를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일부 이익 환수를 했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명백한 권력형 비리다. 이번 대선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꼽는다면.

“윤 후보도 계속 얘기했지만 공정의 가치가 중요하다. 분배 과정의 공정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 등 이런 불공정이 너무 확대됐다.

이 불공정을 국가 재정으로, 국가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정이나 분배의 가치는 문재인정부나 진보세력들이 독점했던 이슈였는데, 집권하고 나니까 이 사람들이 더하더라.”

만난 사람=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