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이 내년 3월 9일 대선의 암초로 부상했다.
국민의힘은 보수진영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면이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길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의힘 표정은 복잡하다. 겉으로는 “당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계속 요구해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리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6일 “박 전 대통령의 전통 지지층인 대구·경북 지역 민심이 분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수사와 탄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면이 윤 후보에게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박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론’에 힘을 실어준다면 ‘보수 결집’에 상당한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지지층 분열이라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난해 총선 때를 생각해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정권교체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며 “윤 후보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교수는 그러나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억울했다’고 말한다면 윤 후보 앞에 ‘탄핵의 강’이 깊고 넓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중도층 상당수는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며 “이번 사면은 윤 후보의 중도·외연 확장을 가로막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더라도 파괴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전 KBS에 출연해 “(청와대 발표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안”이라며 “향후 생길 수 있는 후폭풍이나 여러 갈등 요소를 문 대통령께서 혼자 짊어지겠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 ‘안 하는 게 맞다, 최소한 본인 사죄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저한테도 ‘탈당한다 그러나 이재명 지지한다’는 식의 문자가 몇 개 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국민의힘이 휘청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혼자 결단한 것이어서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에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당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든 야당 내부에서는 비박과 친박 간 분열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며 “우리보다는 국민의힘이 수습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손재호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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