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원 규모 애매·후정산 회수 난망… 손실보상 ‘불가’ 목소리

입력 2021-12-27 04:02
26일 서울시내의 한 호프집 입구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동참하기 위해 잠시 쉬다 오겠습니다’라는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손실보상 선(先)지원 후(後)정산’ 공약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정 안팎에서는 ‘선지원’ 적정 규모를 정하기 어렵고, ‘후정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소상공인 손실보상 선지원 후정산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포함한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공동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선지원’의 적정 규모가 애매하다. 정부는 손실보상과 별개로 27일부터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으로 피해를 본 매출 감소 소기업·소상공인 320만명에게 100만원씩 방역지원금을 지급한다.

당정은 이를 일종의 ‘선지원’ 성격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원을 받는 소상공인은 100만원이 ‘선심성 푼돈’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향후 손실보상을 ‘선지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정부가 어떤 금액을 책정하든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후정산’ 역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정부는 앞서 지원금 회수가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바 있다. 지난해 정부는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중 일부를 ‘선지급 후확인’해 지급하겠다며, 매출 증가나 집합금지명령 위반 등이 발견되면 지원금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지급한 지원금을 환수하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흐지부지돼 버렸다. 정부 관계자는 “지원금을 줬다가 빼앗으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손실이 사전에 지원받은 액수보다 적더라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감안해 차액을 회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다른 정부 관계자는 “‘선지원 후정산’을 이야기하면서 정산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제도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손실보상은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나중에 정산이 제대로 안 되면 누가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공약 경쟁 과정에서 나온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소상공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굉장히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선지원 후정산 제도가 현실화되면 재정 소요 부담도 만만치 않게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경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내년 대선까지 소상공인 지원 방식과 추경 편성을 둘러싼 당정 간 줄다리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선보상을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 정산은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며 “정부와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발의됐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