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권 문제로 미국 등 서방과 첨예한 갈등을 벌이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일인자를 교체했다. 중국은 향후 기존 당서기의 성과를 치하하는 인사를 내면서 서방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5일 천취안궈 신장 당위원회 서기의 후임자로 국제우주항공과학원 원사 출신의 기술 관료인 마싱루이 광둥성 성장이 임명됐으며, 천 전 서기는 향후 새 보직을 맡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최첨단 경찰국가’의 창시자로 불리는 천 전 서기는 티베트자치구 당서기를 거쳐 2016년부터 신장 당서기로 재직하며 강력한 공포 정치를 시행했다. 그는 분리주의 운동이나 테러리즘에 관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강제 수용소 성격의 ‘직업훈련소’에 보내 교화훈련을 받게 했다. 미국은 천 전 서기를 위구르족 인권 유린의 책임이 있는 대표 인사로 지목하고 지난해 7월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반면 중국에서 ‘출세의 지름길’로 꼽히는 두 지역의 수장을 연이어 맡은 그는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당 중앙정치국 위원에 발탁되는 등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임을 받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중국이 서방 압박에 밀려 신장의 수장을 교체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천 전 서기가 내년 가을 예정된 20차 당대회에서 최고 지도부를 구성하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 분석가인 우창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교체를 국제적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없다”며 “이와 반대되는 의미로, 천취안궈가 더 높은 지위로 승진하고 신장의 통치 모델이 나라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장 지방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시행한 미국을 비난했다. 쉬구이샹 신장 정부 대변인은 “신장은 강제 노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관련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법은 중국의 내정에 공개적으로 간섭하는 행위”라며 “이는 냉전 의식이 부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