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나라마다 기록적인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이 백신 미접종자들의 백신 기피 현상을 부추긴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의 백신 미접종자 수를 언급하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오히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확신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3900만명 정도가 아직 한 번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미국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은 186명의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힌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88%는 ‘여전히 백신을 맞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백신 접종률이 50%에 불과한 조지아주의 다이앤 퍼트넘은 확진됐음에도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변이는 내년에도 또 나올 것이고, (변이를 막는 백신이 나오더라도) 항상 다른 변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오미크론이 다른 변이에 비해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떨어진다는 초기 연구 결과가 이들의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막지 못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가 백신 기피 현상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네이처’에는 ‘오미크론 변이가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으로는 막기 어렵다’는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데이비드 호 의학 교수팀의 논문이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호 교수팀이 백신 접종으로 생기는 항체가 오미크론 변이를 어느 정도 중화하는지 테스트한 결과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도 오미크론을 중화하는 항체 효능은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호 교수팀은 백신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AZ)·존슨앤드존슨(얀센) 백신 4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백신으로 부스터샷을 맞아도 항체의 오미크론 중화 작용은 충분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호 교수는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이나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도 여전히 오미크론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부스터샷을 맞으면 얼마간 면역이 강해지겠지만 오미크론을 방어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백신 회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백신을 맞지 않아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백신을 맞아 생기는 부작용을 더 심각하게 여긴다고 분석했다.
FP는 또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 질병 발생률은 낮아지는데 자신이 백신 접종이라는 위험을 선택해 질병 발생률을 낮추는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은 이기심도 기저에 깔려 있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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