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씨 뒤늦은 사과… 유권자의 냉정한 판단 기대한다

입력 2021-12-27 04:03 수정 2021-12-27 04:0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26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허위 경력 의혹이 불거진 지 12일 만이고, 윤 후보가 사과 성명을 발표한 지 9일 만이다. 김씨는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며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그는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기자회견 직후 의혹들을 정리한 15쪽 분량의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교생 실습을 중학교 근무라고 한 것은 부정확한 기재였으며,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경력은 부풀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대상은 재직 중이던 회사 홍보 포트폴리오에 있던 것을 그대로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뒤늦게나마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상세한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윤 후보와 김씨는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만 해도 “관행”이라거나 “돋보이고 싶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김씨의 기자회견은 일방적이었다. 허위 경력 의혹을 ‘부풀리고 잘못 적었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해명자료 역시 김씨 입장에서 작성된 변명으로 읽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김씨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7분 동안 회견문만 읽고 자리를 떠났다. 윤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미안함을 앞세우면서 국민감정에 호소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부풀려지고 잘못 기재된 이력서로 인해 피해를 본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점도 아쉬운 지점이다.

이런 김씨의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결국 유권자들이 결정할 것이다. 다만 이번 대선이 후보자 부인이나 아들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선거가 돼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에 대한 후보자들의 치열한 비전 경쟁과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