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 없는 민주당·열린민주당 합당, 명분 없고 공허해

입력 2021-12-27 04:05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26일 당 대 당 합당에 합의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합의문 서명식에서 “양당은 민주진보 진영의 승리를 위해 다시 한번 뭉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합당은 명분이 부족하다. 양당은 내부 절차를 거쳐 다음 달 합당할 예정인데, 그간 수없이 보아왔던 정략적 차원의 이합집산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럽고 씁쓸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친 조국’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탈당해 열린민주당을 급조하자 맹비난을 퍼부었다. 열린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정봉주 전 의원과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탈당한 당시 무소속 손혜원 의원 등이 주도해 만든 정당이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을 위해 허위 인턴 증명서를 작성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후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으려다 지도부 만류로 불출마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비례대표 상위 순번으로 입후보했었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사 비례 정당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날을 세웠고 사무총장이던 윤호중 현 원내대표는 “(총선 후) 합당이나 의원 입당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원래 한 식구였고, 잠시 헤어졌지만 결국 함께할 관계”(이재명 대선 후보)라며 합당한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대선을 앞두고 ‘집토끼’를 잡겠다는 정략적 차원의 선택이다. 비례 국회의원 열린 공천제, 국회의원 3선 초과 제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 정치개혁 의제를 추진하겠다고 양당이 합의했지만 합당 자체가 개혁에 역행하고 정치 불신을 키우는 일이다. 합당을 하려면 적어도 입장 번복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기형적 비례 정당의 출현을 방지할 선거법 개정 의지라도 밝혔어야 했다. 자성은 없고 정략만 앞세운 합당과 정치개혁 약속은 식상하고 공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