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중심지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27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민선 7기 초반부터 기존 주력산업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만드는 데 공을 들여왔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 조성과 그린 에너지산업 육성을 통해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전 세계 현안인 탄소 중립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그 대표가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사업이다.
탈원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시작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은 당초 오는 2030년까지 원전 6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인 6GW 조성을 목표로 동해가스전 주변일대에 서울시 면적 2배(1178㎢)에 달하는 6GW 규모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Equinor)를 비롯해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셸-코엔스헥시콘(Shell-CoensHexicon), GIG-토털(GIG-TOTAL), 시아이피에스케이 이앤에스(CIP-SK E&S), 케이에프윈드(KFWind) 5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 사업에 속도를 높여 왔다.
울산의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눈여겨본 해외 기업들은 울산의 풍력단지에 꽂혔다. 독일 해상풍력 업체인 바이와아르이(BayWa r.e.) 및 알더블유이(RWE)은 지난달 독일을 방문한 ‘울산시 외교투자대표단’(단장 송철호 울산시장)과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바이와아르이는 태양광과 해상풍력 선도적 기업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4GW의 프로젝트를 개발했으며 10GW 상당의 프로젝트를 운영·관리하고 있다. RWE는 1898년 설립된 독일 최대 발전사다. 그동안 전기와 천연가스를 공급해오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선도적으로 진출한 세계적 기업으로 꼽힌다.
바이와아르이와 RWE가 추가로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게 되는 지역은 기존 5개 민간투자사가 진행 중인 해상풍력 단지 북동쪽 끝자락이다. 두 회사의 참여에 따라 그동안 6GW 규모로 추진 중이던 사업이 9GW로 확장됐다. 이는 전남 신안군에서 고정식 풍력발전으로 추진하는 8.2GW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다.
그동안 동해가스전 주변 풍황을 측정한 결과 평균 초속 8m 정도가 꾸준히 나올 정도로 양호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의 당위성도 확보한 상태다. 민간투자사 가운데 GIG·토탈에너지스와 쉘 및 코엔스헥시콘의 합작법인인 ‘문무바람’이 최근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시는 부가적으로 시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바닷물을 분해해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연간 8만4000t(6GW 조성 기준)의 그린수소 생산도 추진 중이다.
그린수소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다. 공정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의 수소라 할 수 있다.
이번에 협약을 맺은 RWE는 유럽에서 해상풍력을 이용해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기도 하다. 울산시는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의 20%로 바닷물을 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 배후 단지에 건립할 대규모 시설에 저장한 뒤 전국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RWE와의 협력을 통해 부유식 해상풍력에서 발생한 전기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겠다는 울산시의 목표를 한층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풍력 발전효율이 40% 정도만 돼도 현대자동차 등 울산지역 기업들의 ‘RE100’ 달성이 가능해진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캠페인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국제적 무역규제 장벽을 넘을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유럽과 미국 등 탄소세와 같은 무역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시는 전망한다. 시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통해 친환경 전기와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규모가 기존 6GW에서 9GW로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파급효과도 대폭 늘어난다. 약 87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전력 생산이 가능해지고, 연간 1400만t 가량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가 예상된다.
32만개 상당의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100개 이상 연관 기업 육성 등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 세계 각국도 부유식 해상풍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아시아·태평양의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 규모가 200GW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가 해외 유수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협력을 끌어내면서 환태평양 지역의 부유식 해상발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울산시는 지난달 독일 방문 때 태양광과 육상·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전력회사인 EnBW사와 수출상담회를 했다. EnBW는 미국 캘리포니아 해상에 건설될 4.6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의 최대 주주다. 시는 이번 수출 상담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환태평양 부유식 해상발전 허브로 도약할 발판도 마련한 것으로 자평했다.
이와 함께 시는 부유식 해상풍력 환태평양 제조기지 구축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지역 내 국가산업단지 일원에 해상풍력 발전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 지원 콤플렉스 건립과 풍력 전문기업 유치 등 해상풍력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내년 국가 예산 25억원도 확보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인터뷰
“탄소중립 생존경쟁 이미 시작… 친환경 에너지 자립도시로 거듭”
“탄소중립 생존경쟁 이미 시작… 친환경 에너지 자립도시로 거듭”
“60년 전 고기만 잡던 울산의 동해안은 이제 해상풍력발전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울산시는 2018년 부터 울산의 산업 청사진을 다시 그리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수소경제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여기에서 만든 그린에너지를 장치산업 위주의 주력 업종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탄소제로 시대를 선도할 산업기반 재편을 통해 울산을 친환경에너지 자립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송철호(사진) 울산시장은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는 탄소중립에 발맞춰 그린에너지로 발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탄소세 도입에 따른 국가별 생존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마땅한 대책이 없는 나라와 도시, 기업은 탄소중립발 탄소세라는 죽음의 늪에 빠질 수 있음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시는 민선 7기부터 탄소중립 실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미래지향적이기는 하지만 경제성·효율성 검증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친환경에너지 산업의 채산성과 지속가능성에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송 시장은 “울산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전해 우려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국내외 관련 기업들의 관심과 제안이 있는 것은 물론 정부의 한국판 뉴딜사업의 핵심전략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독일의 에너지 기업들은 최근 울산에게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 시는 울산 앞바다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규모를 6GW로 구상했지만,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독일 바이와아르이(BayWa r.e.) 및 알더블유이(RWE)사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9GW로 사업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9GW면 산업수도 울산의 전기 수요를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다.
울산시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서 파생되는 이익을 시민에게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송 시장은 발전량이 늘어나면 지자체 주도형 인센티브 등 법과 제도에서 보장하는 지원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법 상 발전 시 주민 참여로 인한 가중치로 발생한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량이 늘어나면 시민에게 환원할 수 있는 자금도 확대되는 만큼 이를 활용해 그린에너지 울산형 기본소득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이제는 지방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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