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비만, 흡연, 큰 키… 악성 뇌종양 ‘신경교종’ 발생 위험 높다

입력 2021-12-28 04:07

복부 비만이 있거나 흡연자, 키가 큰 사람은 악성 뇌종양인 ‘신경교종’에 걸릴 위험이 높은 만큼 평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안스데반 교수와 성빈센트병원 양승호 교수 연구팀은 2009~2011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683만여명을 평균 7.3년 추적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및 복부 비만과 신경교종 발생의 상관성을 밝혀내 국제 학술지(Cancers) 최신호에 발표했다. 동양인 기준 BMI 25㎏/㎡ 이상은 비만, 허리둘레가 남성 90㎝(35인치) 여성 85㎝(33인치) 이상이면 복부비만에 해당된다.

연구 결과 복부 비만 그룹은 복부 비만이 없는 그룹에 비해 신경교종 발생 위험이 16%, BMI 25 이상 그룹은 BMI 25 미만 그룹에 비해 8% 높았다. BMI 보다 복부 비만과 신경교종 위험 간의 연관성이 더 강했다. 특히 BMI 25 이상이면서 복부 비만 그룹은 대조군(BMI 25 미만, 허리둘레 남성 90cm·여성 85cm 미만)에 비해 신경교종 위험이 18% 높았다. 안스데반 교수는 “지방세포는 우리 몸의 염증반응을 촉진하고 대사 균형을 깨뜨리는 호르몬을 많이 만들어 암세포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조장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서 2009~2017년 성인 검진자 981만명 대상 연구에서 30갑년(하루 한갑씩 30년 흡연) 이상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신경교종 위험이 31% 증가함을 밝혀냈다. 위험도는 40갑년 이상 36%, 50갑년 이상 68%로 흡연량에 비례했다. 양승호 교수는 “뇌는 기본적으로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이 있어서 혈액 내 여러 물질들이 잘 전달되지 못하는데 최근 연구에서 담배의 독성물질, 특히 니코틴이 뇌혈관장벽을 파괴함으로써 뇌 전달이 촉진돼 암이 생기는 걸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키가 나이 대비 상위 25%에 해당할 경우 신경교종 발생 확률이 하위 25% 집단에 비해 21% 증가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키 큰 사람은 성장 호르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경우가 많고, 성장 호르몬 과잉이 암세포 성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신경교종은 가장 흔한 악성 뇌종양으로 교모세포종의 평균 생존율은 2년이 안될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