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열정·감동… 코로나를 이기다

입력 2021-12-27 04:06 수정 2021-12-27 11:07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경기장에서는 감동이 이어졌다. 한 해 늦게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과 패럴림픽 무대에선 선수들의 땀방울이 빛났다. 시상대 위에 선 이들에게도,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도 열렬한 응원이 쏟아졌다. 국내 프로스포츠계에선 ‘비정상의 정상화’가 진행됐다. 팬데믹 첫해 혼란스러웠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방역지침 아래 대부분 프로스포츠 경기가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팬들에게 경기장 문이 다시 열렸고, 선수들은 극적인 드라마로 환호에 보답했다. 올해 국내 스포츠계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① 도쿄올림픽, 메달 아니어도 괜찮아

'메달이 아니어도 괜찮아.'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뜨거운 사랑과 응원을 받은 이들이 유독 많았다.

남자 높이뛰기에 출전한 우상혁(25)은 4위를 기록했다. 한국 올림픽 육상 종목 사상 트랙과 필드를 합쳐 개인전 최고 순위였다. 남자 수영 황선우(18)는 아시아 선수로 69년 만에 자유형 100m 결선에 올라 5위를 달성했다. 우하람(23)도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4위에 올랐다. 한국 다이빙 역사상 가장 높은 성적이다. 허리 수술 후 어렵게 올림픽에 출전한 이선미(21)는 여자 역도 최중량급 경기에서 4위에 올랐다.

② 새 여왕 안산, 올림픽 사상 첫 3관왕

양궁 국가대표 안산이 지난 7월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중 활을 쏘고 있다. 결승에서 5세트 2승2패1무로 슛오프에 돌입한 안산은 첫 발 10점을 명중, 상대를 1점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 양궁 역사상 첫 올림픽 3관왕을 달성하며 새로운 스포츠 영웅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

양궁 국가대표 안산(20)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세계 양궁 역사상 첫 올림픽 3관왕을 달성하며 새 '양궁여제'로 떠올랐다. 안산 강채영 장민희가 한 팀을 이룬 여자 양궁은 올림픽 단체전 9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안산과 팀을 이뤄 혼성전을 우승한 고등학생 김제덕(17) 역시 각각 나이가 23세, 12세 많은 오진혁 김우진과 함께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 올림픽 2관왕을 달성했다. 두 선수는 대회가 끝난 뒤에도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도쿄올림픽이 낳은 대표적인 젊은 스타로 떠올랐다.

③ 올림픽 4강 여자배구 학교폭력 등 얼룩

이재영(오른쪽)·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지난해 1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전에 참가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준비하던 중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구계 최고 스타였던 둘은 학생 시절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폭로된 뒤 국내 프로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퇴출돼 그리스 리그에서 뛰고 있다. 뉴시스

조용할 날이 없었다. 올해 초 쌍둥이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폭로가 터졌다. 사실상 방출된 자매는 그리스 리그로 옮겼다. 지난 시즌 남자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 대한항공 정지석은 데이트폭력과 불법촬영 사실이 폭로됐다. 전 연인이 합의 후 고소를 취하하고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해 일단락됐다. 불법촬영 혐의는 정지석이 "비밀번호를 잊었다"고 해 불송치됐다. IBK기업은행 조송화는 '무단이탈' 논란으로 배구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빛도 있었다. 여자 국가대표팀이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썼다. 8강도 어렵다는 예상을 깨고 김연경이 이끈 황금세대가 투혼을 펼치며 성과를 냈다.

④ 여홍철·서정 부녀 메달리스트 탄생

한국 올림픽 역사상 첫 부녀(父女)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딸 여서정은 2020 도쿄올림픽 도마 결선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기술 '여서정'(난도 6.2점)을 성공시키며 동메달을 땄다. 여서정은 한국 여자 기계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대기록도 썼다.

신재환은 양학선 이후 9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체조 역사상 2번째 금메달이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심한 공황장애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택시기사 폭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⑤ KT 위즈 창단 첫 통합우승 마법

프로야구 KT 위즈 선수단이 지난달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8대 4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직후 마운드에 뛰어들어 환호하고 있다. 2013년 창단한 프로 9년차 막내구단 KT는 1군 무대 진입 후 7시즌 만에 첫 우승을 달성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가 2013년 창단 후 처음으로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15년 1군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2018년에도 9위에 그쳤다. 하지만 강백호 소형준 등 거물급 신인이 등장하고 황재균 박경수 등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잡으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KT는 올해 35년 만에 열린 1위 결정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잡아내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을 4승 0패로 완파했다.

⑥ 전북 K리그1 5연패·9회 우승 신화

주장 홍정호(가운데) 등 프로축구 전북 현대 선수단이 지난 5일 홈구장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원큐 K리그1 최종전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2대 0 승리해 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 현대가 프로축구 K리그1 5연패를 달성했다. 팀 통산 9번째 우승으로 성남 FC의 전신 성남 일화의 리그 7회 우승 기록과 격차도 2회로 늘렸다. 김상식 감독은 프로 감독 데뷔 시즌부터 리그 우승을 일궈내며 지도력을 향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반면 선수로서 2002 한·일월드컵 4강, 지도자로서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이룬 홍명보 감독은 울산 현대를 맡아 시즌 중반까지 리그 선두를 유지했지만 울산의 고질적인 뒷심 부족을 고치지 못한 채 역전을 허용했다. 울산은 리그 준우승 10회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안았다.

⑦ 고진영, 한국선수 첫 3년 연속 상금왕

올해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에선 고진영(26)의 활약이 빛났다. 고진영은 2021년 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올해의 선수상을 획득했다. 2019년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적이 있는 고진영은 한국 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 2회 수상자가 됐다. 넬리 코르다(미국)가 앞서던 상금 부문에서도 역전극을 쓰며 3년 연속 상금 랭킹 1위도 달성했다. LPGA 투어에서 5번째 기록이자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다. 고진영은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이후 5년 만에 LPGA 단일시즌 5승을 올리는 데도 성공했다.

⑧ 월드컵 4강 주역 유상철 감독 별세

2002년 한·일 월드컵 영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였던 유상철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주축으로 활약했다. 2002년 월드컵 폴란드전에선 쐐기 골을 넣으며 한국의 월드컵 역사상 첫 승리에 기여했다. 울산 현대와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 가시와 레이솔 등에서 12년간 프로생활을 한 뒤 울산에서 은퇴했다. 인천 감독 시절인 2019년 11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도 팀의 2부 리그 강등을 막았다.

⑨ 고의충돌 의혹 심석희 중징계 파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동료 대표 선수 최민정을 여자 개인 1000m 결승에서 고의충돌해 탈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 부분 의혹은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당시 대표팀 동료와 코치를 비방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지난 21일 자격정지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심석희는 내년 2월 개막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졌지만, 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받아들여 지면 출전이 가능하다.

⑩ 표준계약서·직장운동 새 기준 도입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프로스포츠 4개 종목에 선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표준계약서가 지난 6월 도입됐다. 지난해 7월 여자배구 고유민이 소속팀 현대건설로부터 임의탈퇴를 당해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체육팀과 기업 실업팀에 적용하는 직장운동경기부 표준운영규정도 새로 발표했다. 지난해 6월 트라이애슬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등에서 드러난 아마추어 체육계의 병폐를 고치기 위해 성과지상주의에 치우친 평가기준을 수정하고 선수가 직업인으로서 노동권을 보장받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