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2022년 한국에 주어진 숙제

입력 2021-12-27 04:02

2021년이 끝나가는 마지막 주 이맘때쯤 되면 송구영신을 말하지만 2022년 대외 전망은 어둡다. 미·중 갈등으로 한국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제가 버겁다.

미·중 대결은 심화할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립(Conflict) 경쟁(Competition) 협력(Cooperation)’의 영어 첫 자를 딴 3C 전략을 천명했지만 협력을 위한 공간이 안 보인다. 지난 11월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최소 수준에서 관리하는 데도 사실상 실패했다. 미국은 관계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가드레일(안전대)’ 구축을 회담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회담 후 중국은 “경쟁의 규칙을 만들든, 관계의 가드레일을 설치하든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조건을 걸며 요구하지 않고 양측이 대등하게 합의해야 한다”면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중국의 사활적 이해인 대만, 남중국해, 인권 등을 건드리면 안전대가 무용하다는 것이다.

2022년 미·중은 정면승부를 예고한다. 우선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맞붙는다. 2018년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이래 기술표준, 공급망, 쿼드 등 일부 핵심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경쟁이 아닌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참여가 이뤄지는 마당에서 양자택일을 요구한다.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위한 행동에 동참하는 국가 숫자에 따라 성적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월 27일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언급한 ‘인도·태평양 경제틀(IPEF)’도 내년에 구체화해 동참 여부가 타진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규모 다자체보다는 ‘맞춤형’ 소규모 협의체를 선호한다. 따라서 커트 캠벨 현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직접 기안했음에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하지 않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 중국 견제에 나선다. 관세를 낮춰 자유무역을 활성화하는 기존 협정과 달리 배타적 참여를 통해 공급망, 수출 통제, 인권지능 표준 등을 구성하는 새로운 문법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미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소규모 다자체를 활용해 제로섬 게임을 벌인다”며 비판한 바 있다.

안보 분야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14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인도·태평양 5대 전략을 발표하면서 안보 구상을 쏟아냈다.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을 특정해 ‘조약동맹’을 강조하면서 방위 책임이 쌍방향에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은 제공하는 안전보장에 대한 반대급부로 이들 국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할을 확대하기 바란다. ‘통합 억제’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미군 외에도 동맹국 군사력을 포함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영국·호주와의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 확장하려 한다.

미국은 군사 조치도 구체화한다. 지난 11월 29일 미 국방부는 ‘해외 주둔 미군 대비태세 검토’를 공개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지만 역내 전진배치된 미군을 중국 견제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읽힌다. 지난 2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과 연계해 한국에 특정하면 주한미군 역할 변화도 예상된다. 미국은 한·미 연합작전계획을 수정함으로써 주한미군 중 지상군 비중을 줄이고 해·공군 위주로 재편해 중국 견제에 나서려 할 것이다.

한국은 2022년 벽두부터 난해한 숙제를 풀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한 대미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나머지 숙제는 3월 대선 이후 새 정부에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선전을 보면 이 분야를 공부하지 않는 것 같다. 벼락치기가 되지 않는 과목이라 걱정이 크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