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는 고객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스타일을 바꿔가며 젊은 세대에게 계속 어필하는 브랜드도 물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보통 이전 세대의 유행을 구식이라 여겨 피하고, 브랜드들은 이미 단골이 된 소비자 취향을 맞춰가면서 같이 나이 든다는 얘기다. 주변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20대 때 스타일을 중년이 한참 지나서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확고한 취향일 수도 있지만 젊을 때 유행이 계속 좋게 느껴지고, 시행착오를 거쳐 나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 조합을 완성하면 그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더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살아가는 방식과 사회에 대한 가치관도 비슷해서 사춘기 이후 형성한 가치관을 상당 부분 계속 이어간다. 그래서 가치관도 마치 유행처럼 세대 차이를 많이 드러내는데 누군가 요즘 애들 정말 모르겠다는 얘기를 할 때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그런지 물어보면 보통 별 얘기 아닌 경우가 많다. 당연히 동조해야 할 대목에 무대응이거나 당연히 나서야 할 때 모르는 척한다는 정도가 최근 들은 얘기다. 상식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젊은 사람 편을 들다가 나도 가끔 불쑥불쑥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의 꼰대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자각이 든다.
대학생들과 사적으로 얘기를 나눠보면 성숙한 면도 많아서 환경을 생각하는 정도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는 기성세대보다 한참 어른스럽다. 환경을 위하는 척만 하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은 절대 발붙일 수 없다고 전한다. 얼마 전 발달장애인 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기획한 한 학생에게 취지를 물었는데, 가까운 지인이 피해보는 걸 지켜보며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자신들은 어려서부터 잘 배워서인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별로 없는데 어른들은 다른 것 같다는 답으로 질문을 부끄럽게 했다. 아파트 근처의 장애인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것도 부모님 세대에나 해당되는 얘기라는 말에 안도감이 생긴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