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중음악과 영화에 더해 드라마에서도 K콘텐츠의 경쟁력을 확인한 해였다. K콘텐츠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비대면 플랫폼을 타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로 뻗어갔다. 대면 콘텐츠 위주의 문화예술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째 이어지면서 올해도 위축됐다. 연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에 희망을 품었지만,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과 확진자 급증으로 방역 지침이 다시 강화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비대면 콘텐츠와 온라인 예술 시장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인 메타버스도 주목받았다. 올해 한국 문화예술계를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①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신드롬
올해 K드라마는 전 세계로 훨훨 날았다. 그 중심에는 단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있었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1위를 46일간 차지하고 공개 4주 만에 1억1100만 가구가 시청하며 넷플릭스 사상 최고 인기 콘텐츠에 올랐다. 드라마에 나오는 트레이닝복, 가면, 달고나 등 각종 소품이 국내외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외신들은 오징어 게임 신드롬의 원인과 K콘텐츠의 경쟁력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오징어 게임’이 주도한 K드라마 열풍은 ‘마이 네임’ ‘지옥’ 등이 이어갔다.
② 윤여정, 오스카 수상
한국 여배우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는 장면은 올해 한국인이 가장 열광한 장면 중 하나였다.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지난 4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어린 손자와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할머니 순자로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미국배우조합(SAG), 영국 아카데미(BAFTA), 미국 독립영화상 ‘스피릿 어워즈’ 등에서도 여우조연상을 받아 한국 배우의 세계적 위상을 높였다. 수상소감과 인터뷰에선 유창한 영어와 유머가 빛났다.
③ BTS 또 역사를 쓰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2021년에도 신기록을 이어갔다. BTS는 지난 11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거머쥐면서 글로벌 톱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지난 5월 발표한 ‘버터’(Butter)는 올해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최장 기간(9주) 1위를 차지했다. 11월에는 코로나19로 열지 못했던 대면 콘서트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년 만에 열었다. 나흘간 21만명의 관객이 찾아 전 세계를 사로잡은 ‘BTS 열풍’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④ K클래식 약진
코로나19로 지난해 중단됐던 콩쿠르가 재개되면서 한국 연주자들의 낭보가 이어졌다. 특히 피아니스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박재홍과 김도현이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 1·2위에 올랐으며, 김수연은 몬트리올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서형민과 이혁은 각각 독일 본 베토벤 콩쿠르와 프랑스 아니마토 콩쿠르를 석권했다. 헝가리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은 이동하, 현악 사중주 부문은 아레테 스트링 콰르텟이 우승했다. 지난 8월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지휘자 김은선은 미국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⑤ 미술시장 뜨거운 열기
미술시장은 2007년 버블 경기를 상기시킬 만큼 뜨거웠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3280억~3400억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연간 최대 낙찰총액인 2018년의 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화랑의 매출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선 사상 최대인 650억원어치의 미술품이 팔렸다. 넘치는 유동성, 아트테크 열풍, MZ세대의 진입,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보복 소비 심리, NFT(대체불가능토큰) 바람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시장을 견인했다.
⑥ 출판계 대세 떠오른 SF·판타지
올해 출판계에는 판타지 소설 바람이 거셌고 SF(과학소설)가 문학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두 판타지 작품이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 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판타지 소설은 전년 대비 116.6%의 판매 신장을 보였다. SF소설 열풍은 올해 더욱 뜨거워지며 청소년·아동 문학 쪽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SF 붐을 주도해온 김초엽과 천선란은 신작을 발표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신인 SF 작가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노력도 활발하다.
⑦ OTT 무한경쟁 시대
넷플릭스가 2년째 독주해온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자사 기기와 연동성을 무기로 ‘애플티비 플러스’가 11월 론칭했다. 마블 픽사 스타워즈 등을 보유한 ‘글로벌 콘텐츠 공룡’ 디즈니 플러스도 상륙했다. 애플티비 플러스는 K드라마 강세를 반영해 한국 시리즈인 ‘닥터 브레인’을 첫 작품으로 들고 나왔다. 디즈니 플러스는 마블 콘텐츠로 공세를 폈다. 토종 OTT인 웨이브, 티빙, 왓챠도 투자 확대에 나서 불꽃 튀는 ‘6파전’이 시작됐다.
⑧ 국내 웹툰·웹소설 플랫폼, 세계로
국내 웹툰·웹소설이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플랫폼을 날개 삼아 세계로 진출했다. 카카오는 지난 6월 태국과 대만에 카카오웹툰을 출시하며 세계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2014년부터 글로벌 웹툰 시장에 진출해 우위를 점한 네이버는 웹소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월 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웹소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카카오 역시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품었다. 카카오의 픽코마와 네이버의 라인망가는 망가(만화)의 본고장인 일본 웹툰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⑨ 실감콘텐츠·메타버스 대두
실감콘텐츠는 디지털 콘텐츠에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확장현실(XR) 등 실감기술을 적용한 콘텐츠다. 실감기술을 토대로 한 메타버스는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를 통해 활동하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팬데믹 장기화로 문화예술계에선 실감콘텐츠·메타버스를 활용한 공연과 전시 등이 잇따라 시도되고 있다. 대중음악계는 게임 플랫폼에서 가수들이 아바타를 활용해 신곡을 발표하거나 사인회를 여는 등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⑩ 배리어 프리 공연 붐
배리어 프리는 장애인의 사회 활동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 장벽을 없애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다. 공연계에선 장애인의 문화권, 즉 문화에 접근할 권리와 문화를 창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미투 운동 이후 창작자들이 공연 제작 과정에서 윤리적 관점을 중시하게 된 영향이 크다. 공연계의 배리어 프리는 주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및 국문 자막,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영상 제공에 집중됐지만, 점차 장애예술인 양성 등 장애인 문화 생산으로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
최예슬 장지영 김남중 손영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