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대통령이자 국정농단과 공천 개입으로 22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박근혜(69) 전 대통령이 오는 31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된다. 2017년 3월 구속된 뒤 4년9개월 만이다. 애초 87세가 되는 2039년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으나 국민 통합 명목으로 사면이 결정됐다. 한명숙(77) 전 국무총리도 같은 명목으로 복권됐는데, 이명박(80) 전 대통령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선을 70여일 앞둔 시점에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결정되면서 향후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24일 신년 특별사면 및 복권 결정에 대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5년 가까이 복역해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는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문 대통령과 정부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은 복역하던 서울구치소로 다시 가지 않고 31일 0시 병원에서 석방된다. 박 전 대통령이 계속 입원해 있을지는 본인 의사에 달려 있다. 병원 측은 최근 박 전 대통령에게 정형외과,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위해 적어도 6주 이상 입원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공개했었다.
국민 통합 명목으로 발표된 사면 명단에 이 전 대통령은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사례는 많이 다르다”며 “(사면 찬반) 여론조사에서 두 분의 차이는 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 분열을 노렸다는 해석에 대해선 “선거와 관련한 고려는 일절 없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구를 인용했다. 그가 최서원(최순실)씨의 사익 추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등 재임 기간 헌법·법률 위배 행위를 이어왔다는 것이 재판관 8인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이후 삼성그룹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받았고 2017년 3월 31일 새벽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지난 1월에야 모두 마무리됐다. 22년 형기의 4분의 1도 채우지 않았지만 노태우(768일), 전두환(751일) 전 대통령을 넘어 가장 오래 수감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박성영 박세환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