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알약’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가 이르면 다음 달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등 경구용 치료제 약 54만명분 이상을 확보하고 나섰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24일 경구용 치료제 도입 시기에 대해 “당초 내년 2월 예정이었으나 1월 말에 가능하도록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도입 일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 일정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 23일 질병관리청의 요청을 받고 팍스로비드에 대한 긴급사용승인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화이자를 상대로 총 30만명분 이상의 팍스로비드 구매도 추진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이미 밝혀드린 7만명분보다 훨씬 많은 30만명분 이상의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구매 협의를 진행해 왔고,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영국에서 승인 받은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도 이미 계약한 상태다. 계약을 마쳤거나 계약 마무리 단계인 경구용 치료제의 전체 물량이 최소 54만명분에 달하는 셈이다.
국내 코로나19 유행도 잠시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6233명으로 이틀째 6000명대를 기록했다. 정부도 코로나19 유행이 정체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위중증 환자는 1084명으로 전날보다 1명 늘어났다. 방역당국은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위중증 환자 수도 조만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 달 2일까지 유지되는 강화된 거리두기 지침의 연장 여부에 대해선 다음 주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전원(병원이동)·전실(병실이동) 행정명령’을 내린 중증병상 입원환자 210명 가운데 22명은 옮겨갈 병상을 기다리던 도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격리해제 명령이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냐, 병원 밖으로 내모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일반 병상에서 계속 치료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나면 감염 전파력이 없기 때문에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격리 치료를 해제하는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의료진이 계속 격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격리 기간도 연장할 수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