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실수가 재발했다. 그는 지난 22일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른다”고 언급해 저소득층·저학력층을 동시에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엘리트 검사’와 ‘금수저’라는 윤 후보 삶의 궤적이 무의식적으로 언어에 투영되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3일 “부유한 집에서 자라 검찰 조직에서 폐쇄적 생활만 한 윤 후보가 서민의 애환을 체화하지 못해 부지불식간에 말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이어 “정치인처럼 일목요연한 핵심 메시지를 던지기보다는 떠오르는 생각을 툭툭 던지는 검찰총장 때 습관이 남은 것 같다”며 “말투와 지내온 삶이 복합적으로 말실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윤 후보가 아직 정치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며 “대선 후보는 각 상황에 맞는 분명한 자기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본인의 언어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정치적 경험이 없다”고 지적했다.
구은화 올댓프레젠테이션 대표는 “윤 후보가 정치 경험이 전무한 데다 검찰이라는 조직의 수장을 지내지 않았느냐”며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여지는 상황에 익숙하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이날 호남 방문 일정에서도 말실수 논란을 자초했다. 윤 후보는 순천에서 “현 정부 주축으로 19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도 많이 있지만 그게 자유민주주의 운동에 따라 하는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온 그런 이념에 사로잡혀서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화운동 폄하’ 논란이 빚어졌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바깥에서 수입된 이념에 따른 운동이 민주화운동과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윤 후보는 “문민화가 되는 과정에도 운동권에 의해 발목 잡힌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또 “저도 이 정권은 교체를 해야 되겠고,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습니다만, 이 국민의힘이 진정한 지지를 받는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늘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는 발언도 대선 후보로선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후보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이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상대 진영의 마타도어”라며 “왜곡도 그런 왜곡이 없다”고 반박했다.
젠더 감수성과 약자에 대한 공감 부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윤 후보는 지난 18일 청년보좌역 공개 모집 면접에서도 “여성이나 연세 드신 분 중에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로 적응을 못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선대위에 ‘약자와의 동행위원회’ ‘여성본부’ 등을 만들며 이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으나, 언행에서는 괴리가 계속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