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동생 “초과이익 환수 건의한 형 유동규에게 뺨 맞고 의견도 묵살 당해”

입력 2021-12-24 04: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김문기(왼쪽)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유동규(가운데) 전 기획본부장과 함께 찍은 사진. 국민의힘은 23일 이 사진을 공개하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가 숨진 김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는 이 후보의 말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제공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다가 지난 21일 숨진 채 발견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족이 김 처장의 ‘초과이익 환수’ 의견 개진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했다. 김 처장이 윗선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유동규(구속 기소) 전 공사 기획본부장이 뺨을 때리며 묵살했고, 이후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처장 동생 김모씨는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처장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삽입을 주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는 내용을 가족들에게 밝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 처장이) 상관들에게 결재 서류와 보고서로 수 차례 제출했는데 다 반려되고 통하지 않았다”며 “그것 때문에 ‘구속된 전 본부장’과 다툼이 있었고 따귀까지 맞았다고 가족들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과 점수도 최하였다고 형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김 처장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A4용지 2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남겼으며 경찰이 이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공사 사장에게 보내려 했던 편지는 김 처장 본인의 초과이익 환수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정은 윗선에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또 회사(공사)에서 법적 대응을 해주지 않아 너무 억울하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이 내용은 가족사진과 함께 정리돼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형이 자살이라는 것을 했지만, 유족은 ‘자살 시킨 것’으로 느낀다”고 했다. 그는 “그게(시킨 게) 누구라고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모든 것들이 혼자 짊어져야 할 중압감으로 다가와서 (김 처장이)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가 형의 뺨을 때린 ‘구속된 전 본부장’으로 지칭한 이는 유 전 본부장이다. 공교롭게도 유 전 본부장은 이 기자회견 1시간여 전 변호인을 통해 “김 처장의 극단적 선택에 비통하다”는 입장을 언론에 전달했다. 유 전 본부장은 “돈을 받지도 않았고 공사를 위해 일한 것밖에 없는데 마음도 약한 김 처장이 어떻게 버틸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그는 “나도 검찰 조사받기 전에 언론의 집중을 받은 것만으로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김 처장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경찰서는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나 부검의 소견 등에 비춰볼 때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