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열과 혼돈 시대, 희망의 의미 되새겨야

입력 2021-12-25 04:01
전쟁 중에도 봄이 오듯 코로나바이러스가 온 인류를 위협해도 복 되고 기쁜 성탄절 아침이 밝았다. 평화의 왕,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은 우리 모두에게 ‘임마누엘’의 기쁜 소식이다. 임마누엘은 ‘지극히 높은 하나님께서 지극히 낮은 이 땅에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의미다. 성탄절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심을 축하하고 감사하며 기뻐하는 성육신의 절기다. 성탄절을 예수 탄생의 기쁨을 이웃과 나누는 ‘영혼의 명절’로 보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이념 갈등, 세대 갈등, 빈부 갈등, 지역 갈등으로 혼돈과 분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교회도 교회 중심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사회적 신뢰를 잃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성탄절을 공휴일 정도로 여기며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주인공이 없는 무대가 공허하듯 예수님이 없는 성탄절은 공허하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천국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는 사람은 적다. 위로를 받으려는 사람은 많지만, 고난을 짊어지고자 하는 사람은 적다.

예수님 생애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태어나실 때부터 빈곤이라는 고난을 마주했고, 헤롯의 탄압을 피해 피난민 신세가 됐으며, 가족들은 물론 가장 가까운 제자들이 오해와 배반을 반복하는 슬픔도 겪으셨다. 랍비로서는 쉴 새 없이 괴롭히는 종교 지도자들에게 시달리며 집도 없이 떠도는 어려움을 당하셨다. 그러나 예수님은 언제나 가난하고 약한 자의 편에 섰으며, ‘죽음’으로써 ‘부활’하는 역설의 기독교를 만드셨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예수님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삶이 힘겨워도 “지금 여기를 잘 살아내라”고 말씀하신다. 올해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발표한 성탄절 메시지도 낮은 곳에 임하신 주님과 함께할 때 세상과 교회도 회복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모아진다. 류영모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바이러스 앞에서 절규하고 절망하는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의 구원과 산 소망이신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는 복음의 기쁜 소식”이라고 전했다. 성탄의 기쁜 소식이 깊은 산골에도, 바닷가 마을에도, 도시의 외딴집에 사는 소년소녀가장과 홀로 사는 노인에게도 울려 퍼지기를 기도한다. 생명 위기 시대에 그리스도인의 삶이 희망과 용기,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돼야 한다. 우리는 ‘내일 거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를 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