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입력 2021-12-23 20:43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김용택 사랑시 모음집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중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짧은 문장 하나가 주는 즐거움은 무척 크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달이 떴다고 누가 내게 전화를 걸어준다면.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방이 “달빛이 고와서”라고 말해준다면. “세상에” 하며 놀라지 않을까.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하며 행복해지지 않을까. 내 마음에도 “환한 달이 떠오르고” 그리운 것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전화를 하고 싶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