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한국 디스토피아… 여름 6개월에 극한 강수도

입력 2021-12-24 00:02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지난 8월 1일 서울 영등포구 마포대교 그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1년의 반절 이상은 여름이 지속되고, 열흘 안팎이던 폭염일수는 80일 넘게 크게 늘어난다. 겨울은 한 달 남짓으로 줄어든다. 기상청이 예상한 60년 뒤 대한민국의 날씨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담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2100년까지 한국의 기후변화를 예상한 보고서를 23일 공개했다. 향후 80년을 전반기(2021∼2040년) 중반기(2041∼2060년) 후반기(2081∼2100년)로 나누고,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는 ‘고탄소 시나리오’와 2050년 탄소중립이 이뤄지는 ‘저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해 전국 6개 권역의 기후변화를 예측했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현재 평균 97일인 여름은 후반기(2081~2100년)에 최대 170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1년 중 6개월 이상 여름이 이어지는 것이다. 전반기(2021~2040년)엔 112일, 중반기(2041~2060년)에는 여름이 131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평균 107일인 겨울은 후반기에 39일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섭씨 11.9도인 평균 기온은 후반기에 18.2도로 6.3도나 오른다.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도 여름은 최대 129일까지 늘어나고 겨울은 82일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폭염·열대야 등 극한의 고온 현상도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7.8일인 수도권의 폭염 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수)는 고탄소 시나리오상에서 최대 86.4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후반기로 갈수록 수도권과 충청 지역 등 중부지방의 폭염이 크게 늘어 경상권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폭염 일수가 평균 12일로 가장 많은 경상권은 후반기에 82.9일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열대야 일수(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수)도 제주를 기준으로 현재 11.1일에 불과한데, 후반기에는 82.7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강수량도 크게 늘어난다. 현재 평균 1328.1㎜인 강수량은 고탄소 시나리오상 후반기에 1571.4㎜로 증가한다. 특히 강수량이 가장 크게 늘어나는 제주는 하루 최대 강수량이 현재보다 56% 늘고, 호우일(비가 80㎜ 이상 내리는 날)은 2.2일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이 올라가고 강수량이 늘면서 동남아시아와 같은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