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 국민의힘 보란듯… 이재명과 이낙연 손잡았다

입력 2021-12-24 04: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표님이 배려해 주신 덕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 전 대표는 "고생 많으시죠. 잘 보고 있다"고 화답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대위 출범 직후부터 잠행하던 이낙연 전 대표와 51일 만에 전격 회동했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와 함께 선대위 산하 국가미래비전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

이 전 대표의 등판은 이 후보가 중도 외연 확장에 본격 나서기 전에 지지층을 확실히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 선대위와의 선명한 대비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23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대선 전략과 이 전 대표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동 장소에 7분 먼저 온 이 후보는 이 전 대표가 도착하자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 대표님이 많이 좀 업어 주십시오”라고 말을 건넸다. 이 전 대표는 “네. 조금 이따 넉넉히 얘기하자”고 답했다.

1시간2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이 전 대표는 이 후보가 제안한 비전위 공동위원장직을 맡기로 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투톱 체제로 운영될 비전위는 차기 정부의 시대적 과제를 담은 국가비전과 국민통합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이 후보는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필요한 조직에 직접 참여하고, 차기 민주정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제가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 전 대표가 많이 채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취재진을 만나 “민주당 승리를 위해 이 후보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활동하는 과정에서 때로 후보나 당과 조금 다른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쓴소리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이다.

배석자들에 따르면 회동에서 이 전 대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이끌어 온 통일에 대한 가치와 비전을 지키는 것이 민주당다움”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남북통일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던 이 후보의 최근 발언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민주당다움’을 강조한 데에는 중도층만 지나치게 의식하다 민주당 지지층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음식점 앞에는 이 전 대표 지지자 10여명이 모여 이 후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 ‘이재명 비토’ 정서가 아직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이런 언급에 “균형을 잡고 가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양쪽에서 잘 잡고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잘 (조율)하겠다”며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민주당 선대위에선 이 전 대표의 합류가 진보진영 결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재선 의원은 “중도층을 향해 제대로 움직이기 전에 민주당 지지층 진용부터 갖춘다는 측면에서 이 전 대표의 합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때 가장 치열하게 맞붙었던 두 사람이 화합하는 모습이 내부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선대위와 극명하게 비교될 것”이라고 반겼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당원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결코 내년 선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면서 “있는 힘을 다 긁어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고는 “백지장도 맞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과 통합 협상을 진행 중인 열린민주당 지지자들을 향해 합당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