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고용허가제 합헌… 악용 막을 제도 개선 필요하다

입력 2021-12-24 04:03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기려면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동의를 받도록 한 ‘외국인고용법’ 조항(고용허가제)이 합헌이라는 23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은현실론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주노동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고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용자로서는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원활한 사업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합헌 이유를 밝혔다. 이주노동자의 효율적 관리 차원에서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이주노동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나 평등권보다 사용주의 인력 운용상 편의성에 더 무게를 둔 결정이다.

2004년 8월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고용노동부가 중소기업에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해 주는 제도로, 사용자 의사에 반하는 사업장 변경을 원칙으로 제한하고 있다. 비전문취업(E-9) 체류 자격을 받은 이주노동자들이 대상으로, 이들은 국내 중소 제조업체와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에서 약 20만명이 일하고 있다.

합헌 결론이 났지만 외국인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요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휴폐업,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및 부당한 처우 등의 경우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으나 사유가 제한적이고 사용자의 귀책사유를 입증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신체·언어 폭력, 강제적인 추가 근무,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 속에서도 해고나 비자 갱신 불발 등의 불이익을 우려해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사업장 변경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사업장 이탈로 인한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소수 의견도 유념해야 한다. 취지는 살리되 제도를 악용해 이주노동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노동 당국의 사업장 직권 조사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