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칼질한 당정… 카드사·자영업자 속만 긁었다

입력 2021-12-24 04:05

내년부터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현재 0.8%에서 0.5%로 인하된다. 이번 수수료율 조정으로 영세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은 연간 47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수익이 줄어드는 카드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카드사들이 카드 연회비를 올리거나 부가 혜택을 축소해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영세자영업자 사이에서도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매출이 줄어드는데 카드 수수료 인하가 무슨 효과가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23일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을 마련했다. 중소 가맹점의 경우 연 매출 3억~5억원은 1.3%에서 1.1%로, 5억~10억원은 1.4%에서 1.25%로, 10억~30억원은 1.6%에서 1.5%로 수수료율을 각각 낮추기로 했다. 매출 30억원 초과 가맹점에는 현재 1.9% 이상 수수료율이 유지된다. 이번 수수료율 인하(0.1~0.3% 포인트)는 2018년(0.49~0.79% 포인트)에 비해선 인하 폭이 줄어든 것이다. 금융위는 2012년부터 세 차례 수수료율 재산정을 거치면서 수수료 부담이 이미 크게 낮아진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2012년부터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을 통해 카드 수수료를 개편해왔다. 이번 개편으로 전체 가맹점의 75%를 차지하는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220만개의 수수료 부담이 40% 줄어드는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됐다.

카드사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내년부터는 카드 수수료 수입 감소뿐 아니라 카드론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된 탓에 더욱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카드업계 주장이다. 다만 8개 카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 한 해 전체 순이익(2조607억원)보다 많은 2조2269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팬데믹 상황에 따른 온라인 쇼핑 등 소비 증가로 인한 일시적 수익 증가”라며 “이제는 대출밖에 생존 방법이 없는데 가계대출 규제 때문에 이마저도 막힌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수수료 재산정 제도 폐지를 요구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유감을 표명했다. 카드사 노조는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수익 악화가 인력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으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혜택을 보게 된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서울 한 식당 사장인 박모(68)씨는 “손님 수, 영업시간 제한까지 걸려 장사를 근본적으로 막고 있는데 카드 수수료 찔끔 깎아주는 게 눈에 들어오겠냐”며 “정상적으로 영업이나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매출 규모가 서로 달라 인하 혜택 규모가 다른 가맹점들 입장은 갈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반면 중소 마트 단체인 한국마트협회는 “현행 2.3%의 최고수수료율을 낮추고 가맹점의 협상권을 적극 검토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경택 김지훈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