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막대서 투명필름까지… 진화하는 ‘자동차의 귀’ 안테나

입력 2021-12-26 19:07 수정 2021-12-26 21:42
라디오 수신 용도로만 사용되던 차량용 안테나가 커넥티드카 시대로 접어들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왼쪽은 초창기 형태의 막대형 안테나. 가운데와 오른쪽은 다양한 전파를 동시에 수신할 수 있는 샤크핀 안테나. 현대자동차, 넥센타이어 제공

스마트키를 누르면 원격으로 자동차 문이 열린다. 네비게이션을 작동하면 자동차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까지 경로가 화면에 표시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면 하이패스가 요금을 자동 결제한다. 이 모든 건, 무엇인가와 신호를 주고받는 장치가 자동차에 있기 때문이다. 그 정체는 바로 ‘차량용 안테나’, 샤크핀이다. 처음에는 라디오 수신 용도로만 쓰이던 안테나는 커넥티드카 시대로 접어들면서 무궁무진하게 변신하고 있다.

자동차에 안테나가 달린 건 1970년대 독일 음향기기 회사 블라우풍트사가 FM 스테레오 라디오를 보급하면서다. 초창기 안테나는 막대 형태였다. 지름이 다른 금속 파이프를 여러 개 이어서 길이를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었다. 운전자가 라디오를 들으려면 직접 안테나를 길게 빼야 하기 때문에 운전석 근처에 안테나를 설치했다. 시간이 흘러 라디오를 켜면 전기모터가 작동해 자동으로 길어지는 전동 안테나가 도입됐다. 위치도 앞쪽 펜더나 뒤 쿼터 패널 쪽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긴 막대 형태의 안테나에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날씨가 추울 때 안테나가 얼어 제대로 내려가지 않거나 고속주행 시 공기저항으로 소음을 만들었다. 자동세차를 하면 기계에 걸려 파손되기도 했다. 이런 걸 보완한 게 리어글라스 안테나다. 현대차는 1999년 3월 쏘나타EF에 처음 적용했다. 리어글라스 안테나는 차량 뒷유리 열선에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소음이 사라지고 외관도 깔끔해졌다. 다만 기존 안테나보다 수신율이 떨어졌다. 물론, 지금은 수신율 차이가 거의 없다.

이걸로 끝인가 했던 안테나의 운명은 2000년대 초반 네비게이션, 디지털모바일방송(DMB)의 등장으로 요동쳤다. 여러 개 수신장치를 모듈 하나에 통합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때 등장한 게 샤크핀(shark fin) 안테나다. 샤크핀 안테나는 라디오 외에도 GPS 등 다양한 전파를 동시 수신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상어 지느러미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샤크핀 안테나는 짧은 길이에도 전파를 안정적으로 수신한다. 샤크핀 안테나 제조사 관계자는 “자동차의 유선형 디자인이 강조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아름답고 공기역학 성능도 고려한 안테나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유럽과 한국은 작은 안테나를 선호하는데, 북미 지역은 크기에 민감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크고 투박한 디자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필름 형태로 유리창에 부착하는 안테나도 나왔다. 이 형태의 안테나는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다. 파손되거나 도난당할 일이 없고 외부에 노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전파방해 가능성도 낮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커넥티드카 개발에 주력하면서 차량용 안테나 기능은 중요해지고 있다. 자동차가 모든 사물과 통신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V2X(Vehicle to Everything)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동차 안테나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선통신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안에서 각종 인포테인먼트를 경험하고 음성으로 영화 티켓을 구매하고 식당 예약을 하는 등의 모습은 안테나를 통해서 시작된다. 라디오 보급과 함께 시작된 자동차용 안테나는 이제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