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힌 나성범(32)의 행선지는 KIA 타이거즈였다. 나성범은 한국프로야구 역대 FA 최고액 타이기록을 세우며 호랑이 구단 유니폼을 입게 됐다. KIA는 최형우 영입 이후 4년 만에 통 큰 배팅으로 스토브 리그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KIA 구단은 23일 나성범과 6년 총액 150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60억원, 연봉 60억원, 옵션 30억원의 초대형 계약이다. 이는 2017년 이대호가 롯데 자이언츠로 복귀하며 맺은 역대 FA 최고액인 150억원과 타이다. 이대호는 당시 4년 150억원에 계약했다. 나성범은 ‘100억원 클럽’에도 8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KIA는 애초 나성범을 외부 FA 영입 대상으로 낙점한 뒤 공을 들여왔다. 장정석 단장은 FA 선수 공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창원으로 내려가 나성범을 만났다. 구체적인 계약 조율은 없었다. 장 단장은 나성범에게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성범의 기존 소속팀인 NC 다이노스가 “NC 다이노스 나성범, 그 외에는 생각해본 적 없다” “반드시 잡는다” 등의 입장을 표출하던 시점이었다.
KIA와 나성범이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논의하기 시작한 건 12월 7일이다. 에이전트를 선임하지 않았던 나성범은 직접 테이블에 앉았고, 서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에서 대화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두 번째 만남이긴 하지만 계약 조건 논의를 한 첫날 사실상 영입이 확정된 셈이다. NC도 상당한 조건을 제시했지만, 나성범의 선택은 KIA였다.
KIA는 단점으로 꼽힌 외야진을 보강함과 동시에 거포에 대한 갈증도 풀 수 있게 됐다. KIA는 올 정규시즌에서 팀 타율이 0.248에 그쳤다. 10개 팀 중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팀 홈런 수는 66개로 리그 꼴찌였다. 외야수 대어가 즐비한 이번 FA 시장에서도 최고의 장타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은 나성범의 영입은 기아 타선에 중량감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12, 212홈런, 830타점을 기록했고 올 시즌엔 타율 0.281, 33홈런, 101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KIA는 최원준의 군 입대 공백을 메우는 데에도 성공했다.
나성범은 “관심을 주시고 제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신 KIA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하루빨리 팀에 적응해 선수들과 가까워지고 무엇보다 팀과 선수단에 야구 그 이상으로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C 팬들에 대한 작별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SNS에 올린 손편지에서 “나의 모든 능력과 성공은 다이노스가 제게 대가 없이 선물해주신 것”이라며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다.
나성범 영입이 발표되면서 KIA 팬들의 관심은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33)으로 향하고 있다. KIA는 양현종과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다. KIA는 전날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양현종과 FA 계약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양현종 측은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KIA가 최종 협상안을 제시한 상황이기에 남은 건 양현종의 선택뿐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