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공동재배로 매출 63%·물량 20% ‘쑥쑥’

입력 2021-12-24 04:05
해발 1000m에 자리한 ‘배추고도’ 귀네미마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태백시의 ‘고랭지배추공선출하회(이하 공선회)’가 결성된 건 2013년 7월이다.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는 40여개 농가가 공동 생산에 뜻을 모았다. 산지 수집상이 들쭉날쭉한 도매 가격으로 배추를 구매해 가는 일명 ‘밭떼기 거래’보다 나은 거래 수단을 찾자는 취지였다. 개별 농가 단위로 생산·판매해서는 기상 여건에 따라 생산량이나 가격 등락이 큰 배추 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8년여가 흐른 지금, 이들의 실험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7월 고랭지 품목으로는 전국 최초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도 얻었다.

공동 생산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기 시작한 공선회의 새로운 고민은 소득 증대였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 중인 ‘밭작물 공동 경영체 육성 지원 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이 사업은 공선회처럼 밭작물을 공동 생산하는 농가들에게 정부·지자체가 2년간 10억원(자부담 1억원 포함)을 지원한다. 통합 마케팅 등을 지원해 농촌 내 규모의 경제를 만들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게 사업의 목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공선회의 매출액은 사업 참여 후 63.3%나 늘었다. 참여 농가도 50여곳으로 늘어나면서 취급하는 물량 역시 20.4% 증가했다.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추가적인 이익도 실현됐다. 이 사업의 일환인 컨설팅을 통해 자재 공동 구매와 함께 공동 농작업 차량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생산비가 사업 참여 전보다 15%나 감소했다. 방제 등의 지원도 받으면서 공선회 소속 농가의 경영비도 50%를 절감할 수 있었다. 절감한 금액은 농가 수익으로 배분됐다. 부수적으로는 정부의 물량 수급 조절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공선회는 농식품부의 수급 조절 프로그램인 채소가격 안정제 사업에 참여 중이다. 공동 생산으로 대량의 물량을 다루다 보니 지난해 기준 1만267t의 물량 참여가 가능했다. 전국 배추 농가 중 가장 많은 물량이기도 하다.

공선회와 같은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날 예정이다. 23일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밭작물 공동 경영체 육성 지원 사업에 참여 중인 곳은 올해 기준 117곳이다. 첫 발을 뗐던 2016년(15곳)과 비교하면 5년 사이 7.8배나 늘었다. 내년에는 신규로 19곳을 더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교육·컨설팅을 포함해 생산비 절감을 위한 파종기 등 농기계 도입 비용이 지원된다. 고품질 농산물 생산 및 포장 등에 필요한 비용 역시 지원 대상이다. 공선회처럼 지역에 특화한 밭작물을 생산하는 조직들이 규모화할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일종의 ‘계열화’를 통해 공동 생산하는 농가들의 시장 교섭력이 확보되고, 지역 단위의 자율적 수급 조절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농림축산식품부·aT 공동기획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