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이건희기증관 건립 계획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사회적 공론화 없이 추진되는 데다 문화시설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문화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 문화도시연구소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이건희기증관 건립 졸속 추진 반대 시민사회단체모임’은 23일 졸속 추진에 반대하는 8가지 이유를 공개했다.
먼저 비정상적으로 빠른 추진 속도와 사회적 공론화 부재가 문제로 꼽혔다. 반대모임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기간에 기증관 구상, 추진 계획 수립, 관계부처 협의, 부지 확정이 충분한 논의 없이 이뤄졌다”며 “공청회와 설명회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진행되는 이건희기증관 건립 추진을 막고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건희기증관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지난 4월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관리·전시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소유지에 연면적 3만㎡ 규모로 세우는 문화시설이다.
반대모임은 정부가 이건희기증관 위치를 송현동 부지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화균형발전이라는 원칙에 어긋나고 송현동 부지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국가문화시설이라는 정체성 문제, ‘이건희’라는 개인 명칭 사용의 적절성, 기증품 매입 과정의 불투명성, 삼성 특혜 논란 등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문화·시민단체들 “이건희기증관 졸속 추진 반대”
입력 2021-12-24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