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등의 불’ 자영업 리스크 방치하면 금융·실물 위기 온다

입력 2021-12-24 04:01
2년 가까이 지속된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가 자영업자들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로 모처럼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이나 했지만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연말 대목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들은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총궐기대회를 열며 고사 위기에 몰린 처지를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들에게 100만원을 방역지원금으로 지급하기로 했고 정치권은 손실보상의 목소리를 높였다. 직접 지원 규모나 시기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어찌 보면 돈을 쥐어주는 것 못잖게 중요하고 더 심각할 수 있는 문제가 잠복돼 있다. 바로 자영업자 부채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로 매출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버티기 위해 상당한 빚을 져야 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87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2% 증가했다. 단순한 수치 증가보다 대출의 양과 질 모두 악성이라는 점이 더 심각하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는 3억5000만원으로 근로자 등 비자영업자(9000만원)의 4배에 이른다. 상환부담이 큰 일시상환대출 비중(45.6%)이나 가계대출 중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담보대출 비중(69.3%)이 비자영업자보다 각각 약 5% 포인트, 14% 포인트 높다.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이처럼 악화돼 있는 자영업자의 대출 상황은 자칫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면서 실물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기에 폭발력이 작지 않다. 실제 국내 5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잔액은 올해 사상 처음 3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내년 3월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억눌려온 부채 문제가 터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자영업자 부채 연착륙에 관심을 쏟아야 할 이유다. 기본적으로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관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상환 여력이 있는 자영업자에게는 고금리 대출을 장기상환 저금리로 대체하는 대환상품을 제공해주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에게는 교육 등을 통해 업종 전환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출금을 임대료, 인건비 등에 사용한 만큼 상환액을 깎아 주는 한국형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의 도입도 시급하다. 다행히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국회가 생산적인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