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최근 말과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 선거대책위원회 해체를 주장하고 윤석열 대선 후보 측근들을 공격하고 윤 후보를 비판한다. 여당을 겨냥해야 할 야당 대표의 화력이 내부 비판에 집중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상임선대위원장 사퇴를 발표한 직후부터 언론인터뷰를 통해 말 폭탄을 쏟아냈다. 그는 23일 “윤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빼고는 전부 선대위를 나가야 한다”며 선대위 해체론을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후보 선출 한 달이 지나서야 선대위를 지각 구성했다. 늦어진 가장 큰 이유가 이 대표의 당무 거부와 김 위원장 권한 조정 때문이었다. 대선을 76일 남겨놓고 선대위를 다시 구성하자는 얘기는 선거를 하지 말자는 얘기일 것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 위원장조차 “새롭게 선대위를 구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둘 조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이 대표의 집착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날도 장제원 의원을 겨냥해 ‘정치장교’ ‘비선’이라고 비판했고, 전날에는 “부산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까지 말했다. 선거운동의 모든 실수가 윤핵관 때문이라는 논리에 동의하기 힘들다.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측근들이 생긴다. 측근들의 생각이 맞을 수도, 이 대표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 그것을 조정하는 게 선대위고, 후보와 당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게 당대표의 임무다. 이 대표의 끝없는 윤핵관 비난은 후보가 자신과 김 위원장 말만 들으라는 얘기로 들린다.
이 대표는 ‘이게 민주주의 아니겠냐’라는 윤 후보의 발언, 김건희씨 문제 대응 방식도 비판하고 있다. 내부에서 토론할 일을 외부에 말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자중지란은 윤 후보의 리더십 문제다. 이를 수습할 책임도 윤 후보에게 있다. 다만 이 대표도 국민과 당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30대인 이 대표가 보수색 짙은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것은, 정치권 변화를 바라는 당원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국민과 당원들이 이 대표에게 바라는 게 후보 측근들과 파워게임을 벌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설] 갈등 조정은커녕 내분 키우는 이준석 대표의 처신
입력 2021-12-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