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자가 비율 높이는 게 부동산 정책 목표 돼야”

입력 2021-12-23 18:19
행정부시장을 끝으로 32년의 서울시 공무원 생활을 마친 진희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가 22일 연구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진 전 부시장은 최근 부동산 관련 책 두 권을 연이어 출간하며 저술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세 번째 책은 광화문광장 이야기라고 한다. 한경사 제공

지난해 7월 퇴직 후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로 재직 중인 진희선(57)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부동산 책을 연이어 출간했다. 지난달 자신의 첫 책인 ‘서울시 부시장이 말하는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를 선보였고 한 달 만에 다시 ‘블랙홀강남 아파트나라’를 내놓았다.


진 전 부시장은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공무원 생활을 마치며 그동안 해온 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책을 쓰고 싶었다”며 “32년간 서울시에서 일하며 주로 건축 개발 부동산 분야를 다뤘으니 통시적인 시각으로 부동산 문제를 정리하면서 기본적인 시각을 제공하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저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주택건축국장, 도시재생본부장, 부시장 등을 지냈다. 지난 10여년간 서울시 도시개발과 주택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최근 몇 년간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는 “얼마 전까지 서울시 부동산 정책을 책임졌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책을 내는 데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내가 욕을 먹더라도 국민과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욕을 먹더라도 꼭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로 그는 두 가지를 들었다.

“(부동산) 세제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보유세를 늘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식으로.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일정 주기로 출렁거리는데 다른 나라들은 그 충격을 어떻게 견뎠을까 보니 세제 때문이었다. 세제를 건드리는 게 쉽지 않더라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

또 하나는 주택자가 비율이다.

“집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 사회도 안정된다. 서울은 자가 비율이 40%에 불과하다. 주거가 불안하고 주택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자가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세게 펼쳐야 한다. 자가 비율을 높이면 주거를 안정시키고 중산층을 두껍게 만든다. 양극화를 막는 효과도 있다.”

그는 자가 비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주택공급에 생애 최초 분양 물량을 늘려서 무주택자들에게 분양 물건이 배분되도록 하고, 자금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20년에 걸쳐 분할 취득할 수 있도록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공급할 것을 제안한다.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는 지난 30년간의 흐름을 돌아보며 부동산 문제를 이루는 가격 공급 세금 개발 정책 등을 개괄한 책이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최근 출간한 ‘블랙홀강남 아파트나라’에선 강남 집중 가속화, 아파트 쏠림과 저층 주거지 몰락, 낮은 주택자가 비율, 이 세 가지를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다.

진 전 부시장은 책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 “가구소득 증가가 한 요인”이라는 낯선 분석을 내놓았다.

“2010년부터 2018년 사이에 가계소득을 보면 30∼40% 올랐다. 수도권으로 좁혀서 보면 가계소득 증가율은 거의 50%다. 이 기간 서울 집값은 평균 60% 뛰었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뛴 것은 2018년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소득이 올랐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 금융위기, 세월호 참사, 국정농단 사태 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잔뜩 눌려 있던 가격 압력이 팍 터지며 폭등이 된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지금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실 부동산 정책에서 칭찬받은 정부는 없었다”고 답했다.

“건설사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욕 많이 먹었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25차례 발표했다고 뭐라 하는데, 박근혜 정부를 뺀 모든 정부에서도 20차례 내외로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은 늘 출렁거리게 마련이다. 리스크를 관리하고 주거안정을 챙기는 게 정부 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전 부시장은 저술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두 권의 책은 ‘서울도시건축 인문학 산책’ 1권과 2권으로 나왔는데, 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광화문광장을 주제로 한 3권을 집필 중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