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힘은 묵상에서 나온다. 매일 접하는 성경 말씀 속에서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주님을 만나며 하루를 열어갈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2022년을 힘차게 시작할 국내외 영성 깊은 365일 묵상집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 고난을 통해 깊이를 더해가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인도한다.
‘365 Daily Bread 하늘 숨’(아르카)은 광주다일교회 성도들과 김의신 목사가 함께 만든 매일 묵상집이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코로나 확산으로 한때 10명 이상의 집합을 금지했으며, 지역교회는 흩어지는 예배를 드려야만 하는 상황을 맞았다. 광주다일교회는 당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성도 각자가 의존적 신앙에서 의지적 신앙으로 나아갈 방안을 궁리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목회자 혼자가 아닌 성도들이 목소리로 함께 참여하는 매일 묵상 녹음 큐티 ‘Daily Bread’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2년째 계속해서 제작해 나누고 있다(국민일보 2020년 11월 11일자 29면 참조).
먼저 성도들이 각자 글을 써 녹음으로 참여한 ‘하루를 열며’가 나온다. 오늘의 말씀을 소개하고 이어 김 목사의 400자 내외 짧은 묵상이 이어진다. 월요일부터 토요일에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신구약 66권 전체에서 고루 뽑아낸 365개의 말씀을 원하는 순서대로 읽으며 묵상한다. 복음서를 읽다가 시편으로 건너뛰어도 상관없다. 주일엔 글 없이 사진으로만 묵상한다. 사진은 대학교수인 이 교회 김성식 장로가 세계를 돌며 촬영한 작품들이다.
새해를 맞는 1월 1일, 김 목사는 교우들과 시편 8편을 읽는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시 8:1)로 시작하는 말씀이다. 김 목사는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너무 인간 중심으로 살아오며 편리함과 욕심을 추구해 자연이 훼손되고 하나님 창조 세계가 심각하게 병들었음을 깨달았다”면서 “창조 세계를 보살피게 하신 하나님 말씀을 겸허히 듣고 행하는 모습으로 새로운 해를 채워 가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마치 일본의 단시(短詩) 하이쿠처럼 글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듯한 느낌을 담으려 했다”면서 “코로나 2년 기간을 성도들과 함께 말씀을 굳건하게 붙잡고 묵상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책의 맨 뒤에는 매일 묵상에 참여한 어른들과 아이들 이름 전체가 수록돼 있다.
‘하나님께 더 가까이’(복있는사람)는 100년 전통의 365일 묵상집이다. 세계 15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영미권에서만 600만부가 팔렸다. 저자는 LB 카우만 여사다. 그는 남편 찰스 카우만과 함께 1905년 중국과 일본에서 동양선교회를 설립해 사역했으나, 남편의 건강 악화로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LB 카우만은 남편을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며 근심과 염려와 질병의 고통 속에서도 위로와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을 바라본다. 찰스 스펄전, 조지 뮬러, 앤드류 머레이, 존 버니언 등 믿음의 선진들이 남긴 주옥 같은 글과 함께 성경 말씀과 찬송시를 읽고 얻은 영적 감동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12월 25일 성탄절에 LB 카우만은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마 1:23)를 인용한다. 이어 ‘그리스도가 오시지 않았다면’이란 제목의 성탄 카드를 소개한다. 자신의 서재에서 잠든 한 성직자가 꿈에서 굴뚝에 양말도 성탄 트리도 신앙 서적도 교회도 신약성경도 사라진 세상을 접한다. 온통 눈물을 쏟으며 비통하게 울다가 퍼뜩 잠이 깨고 난 그는 교회로 달려가 성가대 노래를 듣는다. 오늘날 더 절실해지는 찬송이다. ‘참 반가운 성도여/ 다 이리 와서/ 베들레헴 성 안에/ 가 봅시다/ 저 구유에 누이신/ 아기를 보고/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구주 나셨네. 아멘.’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