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다’와 ‘즐거워하다’를 한 문장에 넣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우리는 몹시 추울 때 또는 두려울 때 의지와 상관없이 떤다. 좋은 느낌은 아니다. 이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떨며 즐거워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이 가고자 하는 길임을 보여준다.
저자 마이클 리브스는 영국 유니언신학교 총장이며 조직신학과 역사신학, 설교학, 영성 형성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임 중이다. 저서 ‘선하신 하나님’ ‘꺼지지 않는 불길’ ‘처음 읽는 신학자’ 등과 강연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고 한국교회 교인들과의 만남도 몇 차례 있었다.
리브스는 우선 두려움의 종류를 분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구분에 따르면 죄악 된 두려움(2장)이 있고 올바른 두려움(3장)이 있다. 이 두 가지는 비신앙인의 두려움과 신앙인의 두려움이 아니다. 신앙인에게도 죄악 된 두려움과 올바른 두려움이 있다. 인간의 죄에서 유래한 두려움은 하나님을 무서워하는 두려움이다. 하나님을 피하고 싶고 불신앙을 합리화하고, 하나님을 오해하며 그리스도께 의존하는 구원으로 가지 않는다.
반면 올바른 두려움은 하나님께 이끌리는, 하나님께 나아가게 하는 그런 두려움이다.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과 떨림’은 성도들이 그분의 모든 성품을 깊이 사랑하며 누리는 일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68쪽)이며 “성도들이 그분 앞에서 체험하는 강렬한 행복감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82쪽).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과 하나님의 속성을 우리가 알면 알수록 기쁨이 크고 하나님을 더욱 신뢰한다. 올바른 두려움은 다시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느끼는 경이와 전율, 그리고 구원의 하나님을 아는 두려움,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느끼신 두려움으로 나누어 이해해야 한다고 리브스는 설명한다.
저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이런 경건한 두려움만 갖고 살아가는 것은 아님을 직시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올바른 두려움을 가질 때 우리 안에 죄악 된 두려움을 몰아낼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을 상상하게 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팬데믹에, 앞이 보이지 않는 혼탁한 이 시기에 믿음의 시작을 돌아보게 한다.
책은 신구약 성경은 물론이고 아퀴나스 루터 칼뱅 등 여러 신학자의 문헌과 아이작 와츠, 윌리엄 블레이크, FW 페이버의 찬송과 시, 그리고 존 버니언, JRR 톨킨, CS 루이스 등의 작품을 다양하게 조명해 마치 기독교 역사 여행기를 보는 것 같다.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