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을 중단했고, 미국은 강력한 수출통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은 다음 달 초 안보 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 통신 등은 22일(현지시간) 폴란드 가스관 운영사 가즈 시스템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이틀째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물량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스프롬이 물량 예매를 포기하면서 전날부터 폴란드에서 독일로 가는 가스 수송이 중단됐다.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제한하면서 유럽 내 가스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해 전날엔 심리적 경계선인 1000㎥당 2000달러선을 훌쩍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에 본격적 겨울 추위가 닥치면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전력 생산 차질로 정전 사태가 일어나고, 난방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에너지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더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방의 명백히 공격적인 노선이 지속될 경우 우리는 적합한 군사·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비우호적 행보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의 추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와 우크라이나 및 인접 지역에 대한 나토의 무기 배치 금지 등을 규정한 안보 보장 문서 서명을 미국과 나토에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 경우를 대비해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에 대한 강력한 수출통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나토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 병력 배치 확대에 대응해 4만명에 달하는 신속대응군(NRF)의 전투준비태세를 상향조정했다고 독일 디벨트가 전했다. 이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명의 병력을 배치한 이후 나토의 첫 구체적 군사 대응이다.
대결 구도가 짙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와 서방은 조만간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자국 관영 RT방송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초에 러시아와 미국 대표 간에 양자 협상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며 “뒤이어 역시 1월에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 간 (안보 보장) 협정안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