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인은 기원전 6500년쯤부터 마을을 일구고 농사를 지었다.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이 때부터 수메르 문명이 지상에서 사라진 기원전 2004년까지 약 4500년간의 이야기를 전한다.
수메르는 8500여년 전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유역에서 발달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이다. 그들은 쟁기와 바퀴 달린 짐수레를 발명하고 배에 돛을 달아 해양무역을 시작했다. 구리와 주석이 수입되고 청동기가 시작되자 물레를 만들어냈다. 경제활동이 활발해지자 거래를 기억할 방법이 필요했다. 점토판에 그림과 숫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상형문자의 태동이다.
도시가 발달하고 최초의 수메르 제국이 문을 열었다. 시간이 흐르자 정치는 부패하고 왕국은 외세에 점령당했다. 문명의 빛도 사라졌다. ‘최초의 역사 수메르’에는 이런 역사를 보여주는 200여장의 시각 자료가 실렸다. 사진 설형문자 지도 등을 활용해 수메르 문명을 설명한다.
책은 5000년 전 만들어진 수메르어 점토판을 근거로 쓰였다. 수메르인은 인류 최초의 문자인 설형문자 체계를 정립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촘촘히 기록했다. 저자는 전 세계 박물관 18곳에 보관된 수백 장의 점토판에서 설형문자 기록을 발췌했다.
수메르학의 교과서로 여겨지는 ‘수메르 왕명록’에 모순과 오독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왜곡됐던 수메르 역사를 바로잡고 꼼꼼히 엮어 복원해냈다. 저자는 여는 말에서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뻔한 수메르의 역사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책을 쓴 김산해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신화와 인류학을 전공했다. 30여년간 수메르의 신화와 역사, 문명을 연구했다. 저서로는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신화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청소년을 위한 길가메쉬 서사시’ ‘수메르, 최초의 사랑을 외치다’ 등이 있다.
저자는 2007년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13년 넘게 조사와 자료 수집, 원고 집필에 몰두했다. 집필 도중 시한부 선고를 받고 책의 출간을 지켜보지 못한 채 지난달 별세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