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인수 9부 능선 넘었다

입력 2021-12-23 04:05

SK하이닉스가 22일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미국 인텔 낸드 메모리칩 사업부 인수를 조건부 승인받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중국정부 승인을 받아내면서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에 인수계약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인수는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다. 낸드 부문 경쟁력을 강화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중국의 반독점 심사기구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안을 조건부 승인한다고 공시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 사업부를 90억 달러(약 10조 7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지 1년2개월만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한국 대만 영국 유럽연합(EU) 브라질 싱가포르 등 인수 허가가 필요한 8개 국가 중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에서 승인을 얻었다. 하지만 중국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의 여파로 올해 안에 절차가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었다.

이번 승인으로 SK하이닉스는 가장 큰 관문을 넘었다. 앞으로 70억 달러의 대금을 지급하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부문과 중국 다롄 생산시설 등을 넘겨받아 1차 인수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2025년 3월에 나머지 20억 달러를 전달하고, 낸드 단품·웨이퍼 설계 지적재산권(IP), 다롄공장 운영 인력 등의 자산을 인수하면 절차가 최종 마무리된다.

중국정부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 9월 서진우 부회장을 중국사업총괄로 임명한 후 중국으로 보내 우시, 다롄 등 지방정부의 주요 관계자를 만나 중앙정부에 인수 승인 필요성을 설득하도록 했다. 인수팀을 지휘한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인수·합병(M&A)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7개국의 조기 승인을 끌어내고 중국 최종 승인을 완수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M&A로 SK하이닉스 취약점으로 꼽히는 낸드 부문 경쟁력 강화가 이뤄진다고 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낸드플래시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34.5%로 가장 높다. 이어 일본 키옥시아(19.3%), SK하이닉스(13.5%) 순이다. 현재 SK하이닉스 점유율에 6위 인텔(5.9%)을 더하면 단순 합계로 19.4%에 이르러 2위로 뛰어오른다. D램에 이어 낸드 부문에서도 세계 2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