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을 놓고 고조되던 당청 갈등이 민주당의 ‘논의 유예’ 결정으로 한고비를 넘겼다.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는 예상과 달리 치열한 찬반 논쟁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22일 의원총회에서 이 후보가 제안한 ‘선지원 후보상’을 도입한 손실보상법과 감염병 긴급대응기금 설치를 위한 감염병예방법 등의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논쟁이 예상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 부동산 세제와 관련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도부와 이 후보 간 충분히 협의한 결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문제는 오늘 의총에서 논의하기보다 다양한 당내 의견을 가진 분들로 구성한 부동산 세제 관련 워킹그룹을 만들어 당의 안을 만드는 것을 우선토록 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모두발언에서 “모든 사안을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민주당의) 가치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지 않는다면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관련 핀셋 조정도 국민 아픔에 공감하며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당청 전면전’ 대신 ‘별도 논의’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은 이미 부동산 민심 공략이라는 정무적 목표를 달성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후보가 지난 12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침을 밝힌 이후 열흘간 충분히 ‘입소문’을 탔기 때문에 거래세 완화가 당장 실현되지 않아도 정치적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대선이 두 달여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선되면 하겠다’는 메시지만으로도 이 후보의 정책 의지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면서 “종부세 고지서로 화가 났던 수도권의 부동산 민심에도 상당히 소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다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며 “청와대와 굳이 싸우지 않으면서도 정책적으로 충분히 차별화를 이뤄냈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당청 갈등 고비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이 후보가 양보 의사를 밝힌 영향이 크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를) 설득하되 안 되면 선거 후에 하겠다”며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시장을 무시하지 않고,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 ‘이낙연계’ 좌장인 설훈 의원은 자유발언에서 이 후보가 당과 충분히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세제 완화를 먼저 언급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욱 안규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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