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배경을 둘러싼 의문은 22일 수사기관 등에서 크고 작은 여진을 일으켰다. 김 처장 유족들은 기자회견에서 “검경 수사와 공사 안팎의 책임 추궁에서 비롯된 중압감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검경은 김 처장이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 등의 참고인이었을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공사에 따르면 김 처장은 지난 9월 정민용 변호사에게 공사 내부 비공개 자료를 유출한 사건으로 약 2주 뒤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었다. 정 변호사는 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을 지내다 올 2월 퇴사했는데,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본격화되던 지난 9월 25일 공사를 찾아 김 처장과 함께 2015년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 채점표 등을 살펴봤다.
두 사람은 2015년 3월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 평가에 내부 심의위원으로 참여해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및 운영계획’ 항목에서 다른 컨소시엄 2곳에는 0점을 주고 하나은행 컨소시엄에는 만점을 줬다. 김 처장은 지난 2일 성남시의회에 출석해 정 변호사와 채점표를 살펴 본 이유에 대해 “당시 (제가) 0점을 줬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대한 점수 몰아주기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지난 21일 불구속 기소됐다.
다만 김 처장은 대장동 의혹 주요 인물들이 사법 처리되는 과정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었다. 경찰 조사를 받았던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그가 특별한 역할을 했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9일 대장동 피의자들의 배임 혐의와 관련해 김 처장을 참고인으로 부른 뒤 추가 소환 등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처장은 직접적인 민사소송 대상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동생은 이날 회견에서 “‘공사 측이 중징계도 모자라 형사고발하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한다’는 얘기를 형이 내게 했다”고 말했다. 반면 공사 관계자는 “시의회에서 고발 의견이 제기돼 검토하는 단계였다”며 “대장동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하고 있지만 김 처장은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사 핵심 간부 2명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대장동 의혹 관련 잔여 수사는 명분과 동력을 모두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과보다 잡음이 많다는 평가를 받던 수사에 핵심 관계자들의 죽음까지 겹치면서 이제 먼저 기소한 ‘대장동 4인방’의 공소 유지 문제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 10일 유한기 전 공사 본부장의 사망으로 ‘황무성 초대 공사 사장 사퇴 종용’ 의혹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검찰은 최근에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부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을 시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렇게 꼬이기만 하는 수사도 보기 드물다”라고 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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