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국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10.16% 오른다. 2년 연속 10%대 상승으로 이 같은 상승률을 보인 건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2007년 이후 14년 만이다. 공시지가 급상승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부랴부랴 내년 3월 말까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10.16% 상승한다고 22일 밝혔다. 표준지 공시지가란 전국의 토지 3459만 필지 가운데 샘플로 추려낸 54만 필지에 대해 매긴 가격으로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지역별로 서울(11.21%) 세종(10.76%) 대구(10.56%) 부산(10.40%)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공시지가가 급상승한 건 전국적인 주택 가격 상승 영향과 동시에 지난해부터 추진된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71.4%로 올해(68.4%)보다 3.0% 포인트 높아졌다.
내년 전국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7.36% 증가해 올해(6.80%)보다 상승률이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0.56%로 가장 많이 올랐고, 부산(8.96%) 제주(8.15%) 대구(7.5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마포구(12.68%)와 서초구(12.33%) 강남구(12.21%) 송파구(12.03%)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내년 단독주택 공시가의 현실화율은 57.9%로 올해(55.8%)보다 2.1% 포인트 올라갔다.
표준지 공시지가가 2년 연속 두 자릿수 비율로 오르고 올해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내년 3월에 발표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역시 20~30% 수준의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온다. 토지·주택·상가 등 부동산 보유자의 재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개발부담금 등 60여 가지 항목과 관련된 공시지가가 급등하면 부동산 보유 가구의 각종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부랴부랴 보유세 부담 완화책 검토에 들어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해주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보유세를 계산할 때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거나 보유세 증가율 상한을 낮추는 방안,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당정의 보유세 부담 완화책 대상에 다주택자가 포함될 가능성은 작아 내년 공시가격 발표 이후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따른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풀리는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주택 보유자의 조세 저항이 더 심화할 수도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