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대만 간첩’ 잡는 드라마 인기… “스파이활동 점점 은밀” 경각심 주입

입력 2021-12-23 04:07 수정 2021-12-23 04:19
중국중앙(CCTV)가 지난 16일부터 방영 중인 간첩 드라마 ‘적’(?手·Enemy)의 한 장면. CCTV 홈페이지

중국 관영 매체가 본토에 침투한 대만 간첩을 다룬 드라마를 대대적으로 띄우고 나섰다. 대만의 스파이 활동이 점점 더 은밀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이 드라마의 주된 역할이다.

중국 CCTV에서 지난 16일부터 방영 중인 드라마 ‘적(Enemy)’은 중국 국가보안경찰이 간첩을 색출해 잡아들이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해외에서 온 중년 부부가 주인공인데 그들의 암호명은 ‘타오위안’과 ‘화롄’이다. 이들이 대만에서 건너왔다고 명시적으로 설정한 것은 아니지만 암호명이 전부 대만에 있는 지명이다. 이들은 대만과 마주한 중국 푸젠성 샤먼을 떠올리게 하는 가상 도시에서 남편은 택시운전사, 아내는 교사 행세를 하며 살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여도 부부는 20년간 음지에서 빼돌린 정보를 해외로 빼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중국 매체는 이 드라마를 현대판 첩보전으로 홍보하고 있다. 과거 중국 간첩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대부분 쫓기는 처지였다면 이번에는 중국 보안경찰이 은밀한 곳에서 암약하는 위험 분자를 쫓는 고양이 역할을 한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중국 네티즌들이 이 드라마를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호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만은 2007년 이후로 중국 본토에 직접 간첩을 보낸 적은 거의 없지만 스파이 활동은 더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또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정부가 최근 몇 년간 본토를 겨냥한 첩보 프로그램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리바이양 우한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대만의 스파이 활동은 사이버 공간에서 점점 더 파괴적이고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간첩에 대한 중국인들의 의식은 여전히 빈약해 이런 드라마가 방영되는 게 매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대만 독립 세력이 중국 안팎에서 첩보 활동을 벌여 양안 관계를 해치고 통일을 방해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대만 간첩을 적발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CCTV는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안보기관이 ‘천둥 2020’ 작전을 펼쳐 대만 독립 분자들의 간첩 활동 수백건을 적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이 스파이 활동을 벌인 것은 물론이고 홍콩 분리주의자를 지원하며 중국과 다른 국가 간 분란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에는 광둥성 선전에서 중국의 국가 기밀을 염탐하고 누설한 혐의로 대만인이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