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사진)가 동료 비방으로 선수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여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국가대표 선발전 1위’의 올림픽 출전 좌절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지, 징계에 불복해 재심청구 혹은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사태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심석희의 소속사인 갤럭시아SM 관계자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선수 의사를 타진하고 변호사와 상의한 뒤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할 것”이라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21일 심석희에게 선수 자격정지 2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2018 평창올림픽 당시 대표팀 조항민 코치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동료 및 코치 비방·비하 파문이 일었다. 징계효력이 내년 2월 20일까지 이어지므로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심석희 측이 빙상연맹의 징계에 불복해 상위기관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징계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구제받는 방안도 있다. 대한체육회 공정위는 내년 1월 14일에 예정돼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올림픽 대표팀 엔트리 제출 기한이 내년 1월 24일이어서 열흘 정도 여유가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도 징계효력이 정지되기 때문에 곧바로 선수자격을 회복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심석희는 베이징 올림픽 출전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석희측 다른 관계자는 “(심석희가)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석희가 기사회생으로 올림픽에 진출하면 대표팀에는 실력이 검증된 카드 하나가 더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빙상계 한 관계자는 “쇼트트랙이 얼마나 팀워크가 중요하고 예민한 운동인데 갈등을 겪은 선수들을 같이 올림픽에 보낼 수 있겠나”라며 “훈련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석희와 최민정 두 선수에게 모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 관계자는 “쇼트트랙 특성상 심석희의 의지와 무관하게 같은 상황(2018년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 고의충돌 의혹)이 또 벌어질 수 있는데 그러면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며 “반대로 최민정이 심석희와 충돌할 경우에도 국민들은 ‘최민정이 보복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빙상연맹에서 그런 것까지 고려해 지금처럼 어정쩡한 결론을 내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결정을 내려줬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심석희의 올림픽 출전이 최종 불발되면 2021-2022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의 후순위 선수가 대표팀에 승선한다. 2021-2022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는 남녀 각각 8명인데, 올림픽은 원칙적으로 1~5위 선수들이 출전한다. 1~3위는 개인전, 4~5위는 계주다. 선발전에선 심석희 최민정 김지유 이유빈 김아랑 서휘민 박지윤 김길리 순으로 1~8위였다. 1위인 심석희가 빠지면 6위인 서휘민까지 출전할 수 있다.
3위인 김지유가 발목 골절 부상으로 이탈해 7위 박지윤도 승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4·5위로 계주멤버였던 이유빈 김아랑은 개인전 출전도 가능하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