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진 이유는 간단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이전의 ‘윤석열 이미지’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0월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 대해 “그 사람은 최고 권력과 맞서는 용기를 보여줬다”며 “그래서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최대 문제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연이은 말실수에다 ‘반려견 사과’ 논란, 부인 관련 의혹,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그를 덮쳤다. 검찰총장 시절 칼잡이였던 윤 후보가 부인 문제에 대해선 저잣거리의 필부처럼 비쳐진다.
지금 ‘윤석열 선대위’에는 유령이 돌아다닌다.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의 준말)이 바로 그 허깨비다. 윤핵관은 익명의 그늘에 숨어 주로 인터넷언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윤핵관일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실명도 떠돈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윤핵관이 소비되는 패턴을 보면 어딘가 미심쩍다. 과거 정치인들은 특종이나 확인된 보도를 가지고 치고받았다. 하지만 윤핵관 논란은 특정 정치인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사를 꼭 집어 “윤 후보 측에서 악의적인 정보를 흘렸다”고 분개하면서 시작된다.
정치부 기자들은 그 정치인이 왜 분노하는지를 알기 위해 기사를 검색해 읽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의도적으로 논란을 확대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여기에다 취재를 하다 보면, 기사에 인용된 윤핵관 발언이 과장됐거나 강경론자의 일방 주장이라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 이런 윤핵관을 놓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윤석열 선대위가 정권교체 열기를 담기에는 부족한 그릇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번 논란에서 이준석 대표의 책임은 빼놓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며 페이스북에 “핵관들이 그렇게 원하던 대로 이준석이 선거에서 손을 뗐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가 윤 후보에 대한 불만을 윤핵관이라는 약한 고리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 독버섯은 음침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자란다. 윤 후보가 측근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윤핵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자초했다. 공보단장을 맡았던 조수진 최고위원이 선대위 회의에서 ‘후보의 의중’이라고 전한 대목은 윤석열 선대위의 민낯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겉으로는 ‘원팀’ ‘용광로 선대위’를 외치면서 누구는 후보의 뜻을 알고 있고, 다른 누구는 후보의 의중을 전해 들어야 한다면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
이 대표가 “선거에 대한 무한책임은 후보에게 있다”고 말한 것은 옳은 지적이다. 보수 진영은 문재인정부의 허물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뚝심과 결기에 반해 윤 후보를 선택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윤핵관 문제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모양새가 됐다. 윤 후보가 “30대 장관이 여러 명 나올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해서 2030세대가 마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표밖에 모르는 정치인이 됐다는 핀잔만 나올 뿐이다.
윤 후보를 지탱하는 두 축은 정권교체 열망과 대장동 의혹이다. 정권교체 열기는 ‘반(反)문재인’, 대장동 의혹은 ‘반(反)이재명’이다. 그래서 그는 전형적인 ‘안티테제’ 후보다. 그가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해낸 것은 기억에 없다. 윤 후보가 해야 할 일은 보수가 박수쳤던 ‘윤석열다움’을 찾는 것이다. 부인을 둘러싼 문제나 국민의힘 집안싸움에서나 말이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