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6년 전 남아프리카 잠비아 선교지에서 강도에게 피습당해 국민일보에 소개된 김용현 심윤미 선교사 부부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김 선교사는 2015년 잠비아 수도 루사카의 외곽지역에서 한인교회와 어린이 사역을 하던 중 강도를 만났습니다. 강도는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위해 공사 일을 돕던 인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교회와 사택에 침입해 각목과 벽돌로 김 선교사를 가격한 뒤 돈과 컴퓨터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도서관 건축 현장에서 피를 토하며 겨우 숨만 붙은 채 발견된 김 선교사의 모습을 보며 현지인들은 ‘이제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찢어진 외상 부위를 꿰맸지만, 부러진 얼굴뼈와 손가락은 현지 의술로는 수술할 수 없었습니다.
김 선교사는 급히 한국으로 이송됐습니다. 김 선교사의 상태를 본 국내 의료진은 “기적”이라며 입을 모았습니다. 얼굴의 모든 뼈가 함몰되고 부러졌지만 주요 신경들은 다 비껴갔다고 했습니다.
김 선교사의 소식은 2015년 국민일보를 통해 두 번에 걸쳐 보도됐습니다. 기사를 접한 한국교회 성도들은 김 선교사의 회복을 위해 함께 울며 기도했습니다. 김 선교사는 “성도들의 도움으로 병원비는 물론, 몸도 회복될 수 있었다”며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이후의 삶은 어땠을까. 김 선교사는 “고통에 대한 억울함과 울분이 터져 하나님을 인정하기 싫었던 순간도 있었고 ‘다시는 잠비아에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여수 MTI 선교훈련원에서 6개월간 훈련받으며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받던 그에게 어느 날 하나님은 이렇게 다가오셨습니다. “네가 죽었다고 알고 있는 잠비아 사람들에게 가서 살아난 것을 보여줘라.”
김 선교사는 말씀에 순종하며 2017년 다시 잠비아로 향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소개될 만큼 큰 사고였고 다시 살아 돌아온 그를 보면서 놀라는 이들을 향해 김 선교사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내 생명의 주인 되신 하나님이 나를 살려주셨습니다.”
하지만 사고의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현지인을 만나는 것이 어려울 만큼 트라우마에 시달렸습니다. 김 선교사를 치유한 것은 자신이 가르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선교사님을 살려주셨다”고 기뻐하며 아이들도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제하면서 김 선교사의 상처도 치유됐습니다.
강도를 만나 피 흘리며 쓰러졌던 자리에는 아름다운 도서관도 세워졌습니다. 김 선교사 부부는 코로나19에도 현지에 남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한글과 성경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심 사모는 양육받은 아이들이 선교적인 삶을 살아내고 학교와 교회 안전한 사택이 건립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김 선교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수많은 고비와 어려움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살아났던 것처럼, 어려움 가운데 있는 성도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승리하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